롤을 하며 주말을 마무리하던 중 너도나도 유행한다는 위스키를 이것저것 사다 놓고 뜯지도 않은 게 생각났다. 저녁으로 먹은 대창이 부대끼기도 하고 괜히 소주 맥주는 먹기 싫고, 그렇다고 그냥 이대로 월요일을 맞이하자니 아쉽고. 그래서 무려 술을 두병이나 열어재꼈지.
바로 이 두병.
1. 제임슨 스탠다드
- 구매처 : 이마트 트레이더스
- 가격 : 31,980원
2. 디사론노 오리지널(아마레또)
- 구매처 : 와인 25 플러스
- 가격 : 30,000원
두병 모두 현재 구할 수 있는 가장 저렴한 가격 범위 안에서 구매한 듯싶음. 최근 구매후기들에서 제임슨은 최저 2.9만 원, 디사론노는 3만 원 이하의 후기를 못 본 듯하다. 뭐 그냥 그렇다는 거고 마셔본 결과.
일단 각각 바로 따낸 바틀들이어서인지 향이 훅 올라오는 느낌을 받았다.
제임슨은 어딘가 꽃향기, 과일향과 같은 가볍지만 이게 3만 원짜리가 맞나 싶은 고급스러운 느낌의 향이 스쳐갔다. 저렴이 샴페인들에서 스쳐가는 향에서 산미가 느껴지는 향을 걷어내면 딱 그 향이지 않을까 싶었다. 물론 그 느낌은 오래가지는 않았지만.
디사론노는 열자마자 인공적인 향이 강하게 느껴졌다. 어렸을 때 먹었던 여러 시럽으로 된 약 중의 하나. 서른셋을 먹고는 즐기기 쉽지 않은 달고 찐득한 향. 썩 반갑지는 않은 첫인상이었다.
만드는 법은 이걸 레시피라고 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간단하다. IBA(국제바텐더협회)의 레시피에는 마실 잔에 얼음을 넣고 위스키(스카치 블렌디드 위스키를 기본으로 함)와 아마레또의 비율을 2(위스키) : 1(아마레또)로 담아낸다고 한다. 스터, 쉐이크 등 섞는 방법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따로 없었다.(일단 IBA 공식 홈페이지에 갓파더 레시피가 없는데 어디서 이걸 IBA 레시피라고 하는지.. 암튼 다들 그렇다고 함)
하지만 단 맛, 단 향을 좋아하지 않는 나는 3(위스키):1(아마레또)의 비율로 잔에 담았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큰 얼음이면 좋고, 그냥 일반적인 냉장고 얼음이라고 하더라도 충분히 스터 한 다음 마시길 권한다. 변해가는 과정을 느끼려면 천천히 두고 음미하는 것도 좋겠지만, 원래의 레시피처럼 스카치를 쓴다면 너무 아까운 칵테일인 것 같다. 아마레또의 비율을 줄였음에도 단맛과 특유의 향(아몬드라고는 하는데 아몬드보다는 그냥 옛날 그 시럽맛 그게 맞음)이 지배적이었다. 위스키의 캐릭터를 많이 가리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위스키 입문자에게 추천하는 리큐르라고 하는데.. 아니 젠장 위스키 맛이 안나는데 무슨 입문을 어떻게 해
제임슨 자체가 원래 좋게 얘기하면 부드럽고 순둥순둥해서(나쁘게 얘기하면 별 캐릭터가 없음)많이 눌린거 같기도 하지만 아마레또가 80%정도 비중을 차지하는 칵테일이다.
좋게 이야기해보자면 스터링을 하지 않고 마시기 시작한 나의 경우 변해가는 느낌이 꽤 재밌었는데, 초반의 거북했던 아마레또의 흔적(특히 단맛)이 얼음이 녹으며 옅어지면서 특유의 시럽같았던 향이 안정되는 느낌이었다. 과일향이 두드러지고 찐득한 특유의 느낌이 줄어들어 마시기 훨씬 편해졌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얼음이 거의 다 녹은 잔을 마시고 있는 중인데, 이쯤되니 첫 한 모금의 부정적인 인상보다는 제법 나름의 매력이 있는 한 잔 같다. 일단 단맛과 과일향으로 느껴지는 여러가지 향들, 목으로 넘어간 뒤에 남는 약간의 떫음(레드와인에서 오는 타닌감이 이런 느낌인가..?) 등 다양하게 느껴지는 맛들 때문에 굳이 안주 없이 음료로서의 한 잔이 필요할 때 가끔 생각날 만한 한 잔이지 않나 싶었다. 목을 넘긴 다음에도 혀가 코팅된 듯한 단맛과 떫은 느낌이 굳이 다른 음식이나 음료로 씻어내지 않아도 그 느낌을 즐길 수 있도록 해주는 매력이 있었다.
홈텐딩 어쩌고 하면서 까부는 것 좀 그만 하려고 했는데, 술을 많이 줄이면서 한 번 마실때 좋은 것, 맛있는 것들을 마시려고 하다보니 쌓아놓은 술들이 꽤 많아졌다. 다시 블로그도 열심히 쓰면서 그런 정보도 공유하고 조금 더 부지런해져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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