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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 싶다는 농담] 힘들어 하고 있을, 힘들었을 모든 청춘에게로의 위로

생각들

by _dahmyam 2023. 7. 19.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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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했는데'

 

이 책은 이렇게 시작한다. 내가 요즘 가장 꽂혀있는 단어. 실패, 좌절, 절망 뭐 이런 것들. 한국사회는 실패하고 포기한 사람들에게 너무 박하다는 생각을 많이한다. 이런 이야길 할 때마다 서구권의 나라들을 예로 들게 되는데 미국에는 그런 문화가 심심치 않게 보인다고 한다. 멀쩡하게 회사 잘 다니던 사람이 갑자기 '나 3년만 다른 일 좀 해보려구'하는 문화. 도전에 대해 매우 관대하고 그러다가 실패하더라도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고 한다. 뭐 진짜인지는 모른다. 다만 우리사회가 실패한 사람들에게 제도적, 문화적으로 아주 차갑다는 건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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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망했는데'는 사실 실패와 관련된 건 아니다. 작가가 투병을 하던 어느 가장 힘들었던 날 들었던 생각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그는 그 밤을 버티어내고 살고자 결정했다. 이 책은 그 결심, 결정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리고 그 결정은 지금을 살아가는 모든 청춘에게 던지는 위로이면서 동시에 함께 버티어 살아내자라는 약속이다. 누군가에게는 병으로 부터의 쾌유일수도 누군가에게는 실패한 사랑으로 받은 상처로의 회복일 수도 누군가에게는 괴로운 삶에 그 자체에 대한 극복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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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은 후 그의 투병 전후 글이 다르다고 한다. 앞으로 읽게되겠지만 나는 그가 아프기 전의 글을 읽어보지 않았다. 다만 이 책에서 그가 자신의 '청춘'이라고 칭하는 그때 그가 어땠을지 유추해볼 따름이다. 냉소적이었지만 뜨거웠고 수많은 상처들에도 자기자신을 잃지 않고 삶을 살아낸 것 같다. 우리가 미디어에서 만났던 그리고 기자, 작가로서 써낸 활자에서 보이는 그는 다소 차가운 느낌이 많다. 그래서 였을까 이 책은 자신과 주변의 이야기 그리고 영화, 문학 등 다양한 텍스트를 엮어 아주 담담하게 위로를 건낸다. 그래서 더 깊이 가슴에 박히고 더 따뜻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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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처음 읽은 건 3년 전쯤이었다. 최근 다시 읽으면서 알게됐는데 잊고 있었는데 요즘 내가 가장 많이 되뇌이는 말 중에 하나가 이 책의 영향이었나보다. 난 요즘 대충 이런 말을 하곤 한다. 

 

'무엇이 옳은 선택인지 아닌지 그게 중요한게 아니야. 그걸 옳게 만들려는 태도가 중요하지.'

 

요즘 개인적으로 좋지 않은 시기를 보내면서 생각만 많아지고 행동이 뒤따르지 않아 점점 후회가 느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그래서 결심을 했다가도 행동에 옮기지 못해 스스로에게 실망하는 경우도 종종있다. 어떤 자기계발서에서는 이런 반복되는 무기력을 질책하고 썩어빠진 생각정도로 치부한다(일부 동의하긴 하지만..). 이 책에서는 따뜻하지만 단호하게 독려한다.

 

'죽지못해 관성과 비탄으로 사는게 아니라 자신의 의지에 따라 살기로 결정하라'

 

물론 이 책에서는 작가가 투병 중 가장 힘들었던 어떤 밤을 겪어내고 한 스스로와의 다짐이다. 결이 조금 다를 수는 있으나 하루하루가 괴롭던 내겐 '결정하라'는 말이 더할나위 없이 큰 위로였으며 동기부여였다. 그러면서 이야기한다. 그 결정은 여러 독자와 작가 스스로와의 약속이라고. 그래서 나도 작게나마 결정해봤다. 해보겠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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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겠다는 결정'이 이 책을 관통하는 가장 큰 주제라면 이 책이 주는 재미에 대해 두 번째로 이야기하고싶다. 신문, 잡지 기자를 거쳐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그가 제시하는 폭넓은 텍스트가 아주 흥미로운데 오랜만에 '앎'이라는게 얼마나 즐거운건지 느끼게 됐다. 그는 영화 <에이리언>시리즈에서 신약의 창세기를 보았고 <스타워즈>에서 조지 루카스의 삶을 본다.(정설적인 이야기일 수 있지만 내게는 참 새로웠다.) 그러면서도 평소 탐닉했던 여러 '괴물'영화(<에이리언>, <프랑켄슈타인> 등) 속 CG에 혹은 분장에 가려 기억되지 못하는 괴물을 연기한 배우들을 기억하려는 예쁜 마음도 함께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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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4월부터 2012년 1월까지의 군생활 기간이 내게는 가장 지적으로 넓고 깊었던 시기가 아닐까 싶다. 지금에야 느끼지만 지적허영이라도 있어야 최소한의 궁금증이라도 생긴다. 돌이켜보면 그땐 감히 프로이트를 읽으려했고 니체에 대해 알게 되었으며 언론학도라는 생각에 괴벨스가 궁금했던 시기였다. 그때는 일과 후, 주말에 침상에서 책상을 펼치고 앉아 팝콘을 입에 톡톡 던져넣으며 책장을 넘기고 글을 쓰던 것이 참 행복했었다. 그 후 복학을 하게되고 학교에선 학교때문에 사회로 나와서는 회사 때문이라는 핑계로 글은 고사하고 책도 멀리하게됐었다. 종종 다시 책을 펼쳤다가도 놔버리기 일쑤였는데 몇 년 전 친구와 함께 들른 중고서점에서 선물받아 읽게 됐는데 의외로 아주 큰 위로를 받았는데 또 그렇게 잊고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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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여느 금요일 밤처럼 유튜브나 틀어놓고 맥주 한 잔 마시던 밤.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옛날에 썼던 글, 읽었던 책을을 주욱 펼쳐놓고 싶어졌는데 이 책 한 권이 보였다. 다음날 눈뜨자마자 그대로 읽기 시작했는데 다시 읽을 때엔 참 많이 아프고 쓰리지만 따뜻했다. 삶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 다시 가다듬는 큰 계기가 됐고 더없이 따뜻한 위로를 받았다. 허지웅 작가님이 이 말을 듣는다면 조금이라도 보람을 느끼셨길 바란다. 나는 정치적 성향을 떠나서 '어른' 유시민을 참 좋아한다. 삶을 대하는 태도를 닮고싶다는 느낌을 참 많이 주는 사람이다. 이번에 <살고싶다는 농담>을 다시 읽으면서 유시민작가에게서 느낀 따뜻함을 느꼈다. 결이 좀 다른데 '어른'보다는 좀 더 '형' 같은 느낌에 가깝다. 앞으로도 '형'의 건강을 바라고 더 왕성한 활동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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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보다 더 진한 위로나 삶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더 깊은 지혜가 필요하면 유튜브 <허지웅답기>라는 채널에 들어가보길 추천한다. 이 책을 집필했던 시기와 비슷한 시기에 잠깐 운영했던 채널인 것으로 보이는데(책에 등장하는 어느 청년들로 부터의 질문들을 보면 유튜브 속의 이야기들이 떠오른다) 이 책의 존재를 몰랐던 시기에도 한참을 듣고있었던 기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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