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랬다. 나는 글쓰기를 좋아했다.
종종 나 자신을 글 쓰는 사람이라고 칭하곤했다.
머리속에 떠도는 생각이 주체할 수 없이 쏟아지던 때였다.
그때완 상황도 주변도 그리고 나도 너무 많이 달라져 버려 그 어떤 의욕도 생각도 떠오르지 않는다.
지금도 술에 반쯤 취한 새벽 어디에선가 들려오는 '글'이라는 단어 하나에 꽂혔을 뿐이다.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어떤 말이 하고싶은지.
그 무엇도 확실하지 않다.
지금 읽어보면 조잡하고 과한 감정 때문에 읽기조차 힘이 든 내가 써놓은 문장들에선 오히려 자신감이 묻어난다.
이렇게 써내려가 놓고도 수개월, 수년이 흐른 후에야 읽겠지만 기록한다는 그 자체에, 그러고 싶어졌다는 나 자신에 어딘가 위안을 얻는다.
빈 페이지 위에 커서만 깜빡이는 순간을 업으로 삼으면서도 정작 내가 이야기하고픈 글에는 손도 못대었던.
아니 무엇이 이야기하고 싶은지 조차 모르고 그렇게 몇년을 살아온 내게 이제라도 일깨워줄 어떤 계기가 생겼음에 기쁠 뿐이었다.
더 많은 이야기들을 남겨야겠다.
쳐먹는 그짓 말고도 해야할 쌓아둔 것들이 너무 많아 그것들에 치이는 중이었나보다.
떨쳐내지 못하고 있는 너에 대한 생각들, 나에 대한 생각들, 전하지 못한 사과, 조금 더 나아지기 위한 생각들.
머리 안에서, 손끝에서, 눈앞에서 보고 느끼고 겪은 일들을 적어 내려가야겠다.
지금의 나는 수년전 내가 꿈꾸던 그런 나일테니까.
조금은 안정되어있고 조금은 덜 흔들리는, 조금은 넓어져있는 그러한.
그럴 수 있음에도 그러지 '않고'있는 내게 얼마만큼의 위로와 질책을 주어야겠다.
잘하고있지만 '더'라고 이야기 해야겠다.
그럴 수 있으니 그리 해야겠다.
그 누구와도 무관하게 나 그 자체로 그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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