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의 소울푸드를 쭉 나열하면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국밥, 짬뽕, 평양냉면, 칼국수, 설렁탕 등등 전부 '국물'이 주가된 음식이라는 것. 세계적으로 보면 국물을 '마시는' 식문화를 가진 나라가 많지는 않다. 동아시아 3국, 동남아 몇개국을 제외하면 거의 없다고봐도 무방할 정도인데 반대로 우리에게 '국물'은 아주 큰 의미를 가진다. 물에 무언가를 넣고 끓이느냐에 따라 음식의 결이 수백가지로 갈라진다. 거기에 국물을 바닥이 보일 때까지 마시는 우리에겐 아주 큰 의미다.
그 의미가 가장 극대화되는 장르가 칼국수라는 음식이 아닌가 생각이 드는데, '장'칼국수, '사골'칼국수, '바지락'칼국수 등등 들어가는 면은 거의 같으나 국물에 따라서 받아들이는 느낌이 아예 달라진다. 앞에서도 이야기한 칼국수 종류들은 대부분 고착화되고 흔한 장르인데 '달걀'칼국수는 나름의 희귀성이 있어 아주 궁금해져서 다녀왔다. 역시나 아주 맛있게 먹었다.
외관이 아주 정감가는 곳이다. 옛날식 빨간벽돌, 낡은 샤시, 투박한 간판까지. 음식만큼이나 마음이 가는 곳.
내관은 아주 소박하고 옛날 가정집의 느낌이 난다. 2층은 더 그런느낌이 난다는데 다음엔 2층으로 다녀와야겠다.
가격도 너무 착하다. 2023년 말에 다녀왔는데 이 시기에 저 가격이 맞나 싶을정도.
비주얼은 허여멀건 해서 이게 뭔가 싶다. 사골국물 베이스에 달걀을 풀었고 건더기는 애호박이 조금 들어가있다. 국물은 사골 뉘앙스보다는 고소한 달걀맛이 더 느껴진다. 간은 아주 슴슴하다고 느낄정도로 편안한 맛이었다. 싱겁다고 느끼지 않을 딱 그정도의 간.
김치는 딱 칼국수집 느낌의 시원칼칼한 생김치였다.
의외로 아주 맛있었던 만두. 고기뉘앙스가 제법 강하게 느껴졌다. 만두소가 바스라지는 이북식 만두라기보다는 후추향, 고기맛이 강한 손만두 느낌이었다. 만두피도 두툼해서 쫄깃하게 씹히는 맛도 좋았다. 다음엔 만두만 포장해다가 먹어보고싶어졌다.
국물의 편안한 뉘앙스와 아주 잘어울렸던 면. 개인적으로 이렇게 좀 부들부들한 면을 좋아하는데 딱 그런 면이었다. 면이 쫄깃하다는건 보통 인위적으로 그렇게 되도록 면 강화제를 쓰거나(칼국수에는 그렇진 않지만) 좀 덜 익히는 경우인데 그만금 속이 불편한 경우가 많다. 푹 퍼진 면은 아니지만 부들부들 잘 익어있었던 면.
후추, 양념장 풀어서 호로록 먹다보면 금방 바닥이 보인다. 이렇게 끝까지 다 먹어도 속이 불편하거나 하지 않은게 참 좋았다.
굳이 비슷한 칼국수를 찾아보자면 전주에 본점이 있는 베테랑칼국수 정도를 꼽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꽤나 차이가 있다. 베테랑 칼국수는 달갈을 푼 비주얼 자체는 비슷하지만 국물에 좀 더 점도가 있고 음식 간이나 여러모로 좀 더 강한 느낌. 속이 아주 편안하고 가격부담없이 든든한 한끼를 찾는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은 선택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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