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일식을 아주 좋아한다. 일식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장인정신이다. 그 중에서도 장인정신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음식 장르가 라멘이다. 일본엔 한국의 치킨집보다 많은 라멘집이 있다고 한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먹는 다는 뜻이다. 다른게 있다면 마니아층이 훨씬 두텁다는 것. 치킨은 핸드폰 몇번만 두드리고 기다리면 언제든 먹을 수 있는 음식이지만 라멘은 반드시 가게까지 시간과 품을 들여 직접 가야한다는 것. 가더라도 정말 유명한 곳들은 줄을 한참이나 선 다음에야 먹을 수 있다. 줄이 길다는 것은 사람들이 그 음식의 가치를 인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라멘과 같은 위상을 가진 한국음식은 뭐가 있을까. 짬뽕, 칼국수, 국밥 정도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그 중 면요리이면서 독자적인 우리의 음식은 단연 칼국수이다. 칼국수는 너무 가깝고 익숙해서 대접받지 못하는, 내게는 가장 안타까우면서도 아끼는 음식 장르이다. 백지처럼 무엇을 곁들여도, 어디에 넣어도 어울리는 '면'요리이니까. 당분간은 칼국수를 좀 먹어볼까 한다. 그 중 첫번째 칼국수. 을지로에 다녀왔다.
대로변에선 보이지도 않는다. 바깥 간판을 찾아 골목골목 들어가보자.
막상 가게 앞에 가면 간판도 없다. 각종 방송, 특히 성시경의 먹을텐데에 나왔다는 설명이 가장 위에 있다.
을지로스럽고 옛스러운 입구를 열고 들어가면 10테이블 남짓의 크지도 작지도 않은 평범한 국숫집이 나온다.
메뉴, 가격 깔끔하게 다 통일이다. 칼국수 집이지만 만두를 너무 사랑하는 와타시는 손만두칼국수로 선택.
드디어 영접. 비주얼은 흔한 사골칼국수 비주얼인데 맛이 아주 깊다. 심지어 호불호도 갈릴 수 있을 만한 것이 오래 푹 고아낸 사골국물에서 느낄 수 있는 꼬릿함까지 느낄 수 있는 국물이다. 나에겐? 무조건 호 그 자체. 국물 비주얼만 봐서는 멀건 색이어서 다소 아쉬움과 의심은 아무것도 첨가하지 않았구나 하는 무한한 신뢰로 바뀐다. 쑥이 들어간 면인데 이게 또 처음엔 쑥향이 훅하고 들이쳐서 당황스러울 수 있으나 딱 두입만 먹어보면 꼬릿한 국물과 조화가 아주 좋다.
반해버린 만두. 사실 만두는 고향만두, 비비고 가리지 않고 다 좋아하는데 가장 좋아하는 이북식 만두의 전형이었다. 사실 좀 뜬금없긴 한데 고기향 낭낭하게 나고 간이 세지 않으면서 숙주와 각종 채소의 식감과 향이 참 좋았던 만두. 너무 맛있었다.
양념류 두가지. 고추 장아찌와 마늘 양념. 고추 장아찌는 만두와 따로 먹는게 잘 어울렸고
마늘 양념은 반 정도 먹고난 후에 국물에 풀어먹으면 국물이 아주 개운해진다.
정신없이 먹다보면 국물이 부족해지는데 좀 더 달라고 해보자. 아주 넉넉하게 리필해주신다.
앞으론 국수를 좀 먹으러 다녀보려고 한다. 사소한 디테일들만 좀 챙긴다면 한국의 국수도 아주 강력한 장르라고 생각한다. 이래저래 이야기해보려면 더 내공이 쌓여야하지 않을까 싶다. 그 중 첫번째. 을지칼국수였다.
※ 육수 : 사골
※ 면익힘 : 80%
※ 김치 : 시원칼칼한 생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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