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텐푸라를 설명 할 때 기름에 '데친' 음식이라고 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텐푸라가 튀김옷의 바삭한 식감과 맛 자체도 중요하지만 알맞은 기름의 온도에 재료의 맛과 식감이 가장 좋은 타이밍까지 조리하는데에 그 의의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데 카츠는 얘기가 좀 다르다. 겉면을 감싸고있는 빵가루가 바삭하게 튀겨지면서 식감을 내고 또 기름을 머금고 있어 풍부한 풍미를 내는 역할을 한다. 때문에 다소 재료의 맛 자체는 좀 가려지는 경우가 많은데 완전히 색다른 돈카츠를 먹고왔다. '돼지고기' 그 자체에 아주 충실한 맛집이다.
돈카츠 와카바 · 1 Chome-15-36 Tenjin, Chuo Ward, Fukuoka, 810-0001 일본
★★★★☆ · 돈까스 전문식당
www.google.com
나카스 지역의 작은 가게지만 아주 유명해서 오픈 한참 전부터 줄을 서야한다. 오픈 15분쯤 전에 도착해서 오래 기다리지 않고 착석'은' 할 수 있었다.
메뉴판과 안내문. 상등심의 경우 40분이 소요된다. 그렇다. 주문 후부터 40분이다. 웨이팅까지 합치면 거의 1시간만에 음식을 받을 수 있었다. 인근 주민들이나 단골들은 일반 돈카츠도 많이 먹는 모양이었다. 수입산 일반 돈카츠는 금방나오니 참고.
드디어 나오신 상등심 돈카츠. 정식으로 주문하면 양배추샐러드, 밥, 장국, 츠케모노(절임류), 무 오로시, 감자?햄?사라다가 함께 나온다. 저온에 아주 오래 조리하기 때문에 조리후인데도 빵가루 색이 아주 하얗다. 온도가 낮았고 결정적으로 기름이 아주 깨끗하다는 뜻. 빵가루가 콰삭하고 씹히는 식감이 아니라 입안에서 부드럽게 흩어지는데 그 식감도 새롭고 아주 좋았다. 뜨끈한 고기 온도만 조심하면 빵가루에 입천장 갈릴 걱정은 없다.
우리나라의 일본식 돈카츠 전문점들을 보면 이보다 더 핑크빛으로 조리한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는데, 나도 처음엔 이거 좀 오버쿡된거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긴 했다. 한 입 베어물면 생각이 완전히 바뀐다. 보통 우리나라 수육이 두 가지 스타일이 있는데 푹 삶아서 고기 조직이 다 흩어지는 식감과 아직 약간의 핑크빛이 남아있어 육즙도 보존하고 식감도 아주 폭신한 스타일. 식감과 육즙, 육향 모든게 후자의 뉘앙스였다. 거기에 상등심이라서 등심덧살(가브리살)이 함께 있는 부위인데 이 지방에서 오는 고소한 풍미와 육향이 정말 좋았다. 누군가는 돼지냄새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나라엔 이정도의 육향도 없는 경우가 많아서 아주 반가웠다.
그리고 또하나의 독특했던 포인트인 드레싱. 샐러드 드래싱이 옥수수 드래싱이었는데 특유의 달달 고소한 맛이 양배추와 제법 잘 어울렸다.
이번여행은 혼자여서 아쉬운게 참 많았는데 이렇게 정식으로 한 그릇 뚝딱 할 수 있는 곳은 혼자여도 누릴 것을 다 누린 느낌이어서 참 좋았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먹었던 것과는 아예 다른 음식인 듯한 느낌을 받았다.
[왕교자] 후쿠오카 나카스의 야식을 책임지는 중식당 (1) | 2024.01.05 |
---|---|
[할머니칼국수] 따뜻하고 편안한 맛과 가격. 달걀칼국수 (1) | 2024.01.03 |
[을지칼국수] 꼬릿한 사골칼국수의 정석, 거기에 쑥향 가득한 면까지.(성시경의 먹을텐데) (0) | 2023.12.31 |
[홍콩참치만두] 사당동 골목의 숨은 중식당. 맛은 강력. (1) | 2023.12.26 |
[궁뎅이] 이름부터 호기심 폭발, 역대급 곱 가득 곱창구이 (2) | 2023.12.24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