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고기 구이는 아직도 저렴하고 만만한 외식 메뉴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고기는 가리지 않고 좋아하긴 하지만 왜인지 모르게 돼지고기에 더 애착이 간다. 자주 접하기도 했고 때문에 더 정겹게 느껴지는 느낌도 있다. 최근들어 숙성하는 방식이나 같은 부위도 모양을 다르게 하거나 크기를 다르게 해서 차별화하는 식당들이 많아지면서 돼지고기도 다양하게 먹어볼 수 있는 환경이 많아졌다. 이번에 다녀온 꿉당도 기본에 충실하고 고기 자체에 집중한 것이 많이 느껴지는 곳이었다.
유명 블로거 레드피쉬님이 오픈한 곳이라고 한다. 오픈한지 1년이 채 안된것으로 아는데 저녁 피크타임에는 웨이팅이 어마어마하다. 5시 반쯤 방문했는데 이미 예약된 자리들도 많아서 빈자리가 있었는데도 10분정도 기다렸다.
깔끔한 외관과 간판의 글씨체가 귀여웠다. 밖에서 보면 좁아보이지만 안쪽으로 복도처럼 길게 나있는 공간을 지나면 넓은 곳에 테이블이 배치되어있다. 서버분들이 많아서 주문하거나 서비스받는데에 전혀 무리없이 편안하게 식사할 수 있다.
기본 찬은 절임류(무쌈, 깻잎, 마늘쫑, 고추)와 갓김치, 파절이와 양념류가 준비되어있다. 소금에 검은 입자들이 보여서 혹시 트러플 소금 쓰시는지 여쭤봤지만 아니었다.
불판에 적힌 '꿉당'이 귀여운데 비장탄을 쓰신다고 한다. 화력이 굉장히 강하다. 자칫 잘못 구우면 태워먹을 수도 있을텐데 다행히 서버분들이 정성스레 고기를 구워주신다. 굽는 스킬이 굉장해서 딱 알맞은 타이밍까지 구워서 먹어야 할때를 알려주신다.
처음 주문한 메뉴는 이곳의 시그니처인 'KOKUMI 목살'(16,000원)과 가브리살(16,000원). 이날의 베스트였다. 고기의 굽기, 잘라낸 크기, 안내받은 먹는 타이밍 모두가 완벽했다. 고기를 씹으면 육즙이 쭉하고 배어나오는 것이 입안에서 느껴진다. 물에 넣어놨던 스펀지를 쭉 짜면 물이 삐져나오는 느낌과 똑같다. 두 부위 모두 기름기가 있는 편이기 때문에 와사비와 궁합이 좋다. 숯 상태와 화력이 워낙 좋아서 숯불향을 기대했는데 직화가 닿는 면이 적어서인지 잘 익기는 했지만 숯향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맛있기로 유명한 이곳의 사이드메뉴 'KOKUMI 쌀밥'. 목살 앞에도 붙어있는 'KOKUMI'는 깊은, 진한 맛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밥만 먹어도 감칠맛이 좋다. 스시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솥밥에 들어가는 조미와 비슷한 컨셉이라고 하는데 고기를 몇점 올려서 고깃 기름이 밥알에 코팅된 상태로 먹는 것이 좋다고 한다.
두번째 판은 삼겹살(16,000원)과 갈매기살(16,000원). 첫번째 주문보다 삼겹살의 기름이 더 강했는데, 고기 육향이나 기름 맛을 생각했을 때 삼겹살은 뒷쪽에 주문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삼겹살은 기름이 좀 더 녹아내릴 때까지 바짝 구워주신다. 그래서인지 갈매기살도 조금 많이 익은 상태까지 익혀주시는데 때문에 육즙 손실이 좀 많았고 퍽퍽했다. 취향에 따라 서버분께 요청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오랜만에 정말 맛있는 돼지고기 구이집을 다녀왔다. 웨이팅만 없다면 몇번을 가도 좋을 곳이다. 가장 인상깊었던것은 서버분들이 고기를 정말 정성스럽게 구워주신다. 허리 굽힌 상태고 고기 한점한점을 유심히 보면서 끈임없이 뒤집어주신다. 이렇게 구운 고기가 맛없을 수 있을까 싶을정도다. 대부분(전부?) 남자 서버분들이었는데 다소 무뚝뚝하신데 자칫 불친절로 보일 수도 있을 것 같다(식사에 불편함이 있는 정도는 아니었다). 기본 찬을 최소화하면서도 다양하게 곁들여 먹을 수 있도록 구성하고 고기맛에 집중한 것이 돋보이는 곳이었다. 회사 주변에 굉장한 맛집들이 있어서 늘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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