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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면옥]평양냉면 초보의 서울3대 평냉 도전!

가서 먹은것

by _dahmyam 2020. 5. 10.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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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 비슷한걸 하면서 가장 어렵게 느껴지는 음식이 바로 평양냉면이다. 슴슴하고 무미(無味)에 가까운 그 음식에 열광하는 사람들을 보면 솔직히 쉬이 이해가 가지는 않는다. 게다가 평양냉면집들은 대부분 가격도 일반적인 냉면에 비해서 높게 형성되어있는 것도 사실이다. 평양냉면보다는 비교적 주변에 더 많이있는 함흥냉면은 물/비빔을 가리지 않고 좋아하는 나름 마니아로서 평양냉면도 도전해보기로 했다.

 

 


종로쪽에 볼일이 있어서 갔다가 철거 소식이 있어서 더욱 궁금했던 을지면옥에 들르기로 했다. 볼일을 먼저 볼겸 웨이팅이 심한 시간을 피할겸 돌아다니다보니 도착하니 이미 오후 2시 반이 넘어가고 있었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이어서 찬 음식이 당기진 않았지만 궁금증이 식욕을 앞서는 날이었다.

 

 

 

주변의 공구상들 사이로 옛스런 간판이 뒤엉겨있고 간판 아래로 가면 가게입구가 보이는데, 그 옛날 손으로 쓴 글씨가 정겹다. 종로, 중구에 있는 노포들은 이런 서울의 정말 오래된 모습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는 것이 참 좋다.

 

 

 

입구로 들어가면 브레이크타임 안내와 액자들이 주욱 걸려있다. 을지로 일대와 을지면옥의 과거 사진이라고 한다. 복도를 따라서 들어가다보면.

 

 

 

다시 한번 클래식한 가게이름을 지나 가게로 들어가게된다. 내부 사진을 찍지 말라는 안내문구가 여기저기 적혀있기 때문에 카메라를 들수 없어서 음식과 메뉴판 정도를 찍는 선에서 그쳐야했다. 사장님께 여쭤보니까 손님들 얼굴이 나올 우려 때문에 내부촬영을 하지 말아달라고 하는 것이라고 하셨다. 이것저것 촬영하면서 찍어도 되느냐는 물음에는 흔쾌히 OK해주셨다.

 

 

 

메뉴는 간단하다. 냉면 두가지와 국밥. 그리고 요리 메뉴들. 배가 많이 고픈 상태였기 때문에 들어가자마자 냉면을 먼저 주문했다. 혼자갔지만 블로그 포스팅의 사명감에 고민의 고민 끝에 수육까지. 4천원 차이면 굳이 돼지고기를 먹을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에 수육으로 주문했는데 탁월한 선택이었다.

 

 

 

주문하고 조금 기다리면 면수(?)가 먼저 나오는데 함흥냉면집에서 나오는 짭조름한 사골육수와는 다르게 슴슴한 맛이었다.

 

 

 

기다리면서 찍어둔 양념들. 사진에는 없지만 간장이 담겨있는 통과 같은 통에 식초도 있다. 빛깔 좋은 고춧가루와 겨자가담겨있다.

 

 

 

주문이 들어가면 초록색 번호판을 주시는데 해당 번호에 맞게 음식이 나오고 계산할때 들고가면 번호에 맞추어 계산이 된다. 밑반찬으로는 무절임, 씻은지가 나온다. 입안을 씻어주는 깔끔한 맛이었다. 빨간 양념은 수육을 찍어먹는 소스.

 

 

 

생에 두번째 평양냉면이 드디어 나왔다. 고추와 파가 국물에 떠있고 고명은 수육(소고기)과 편육(돼지고기)가 한점씩 올라가있었다. 국물을 먼저 마셔봤다. 을지면옥에는 숫가락이 따로 준비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말그대로 마셔야한다. 국물맛은 슴슴 그 자체. 선명하게 드러나는 어떠한 맛도 없다. 그 다음은 달걀을 먼저 한입에 쏙 넣고 면을 푼다. 고춧가루가 국물에 풀리고 면이 국물에 적셔진다. 면은 소면보다는 조금 더 탄력이 있지만 일반적인 국수처럼 잘 끊어진다. 함흥냉면은 면이 식감에서 존재감을 드러낸다면 평양냉면은 맛과 향에서 존재감이 드러난다. 면색깔로 봤을때는 메밀함량이 높지 않아보이는데 국물과 함께 씹다보면 은은하게 면의 맛이 올라온다.

 

 

 

먹다보니 점점 어려워진다. 평양냉면 맛있게 먹는법을 검색하지만 별다른게 나오지 않는다. 그 중 어떤 블로그에서 을지면옥에서는 고춧가루가 중요하다는 말을 보고 고춧가루를 풀었다. 음.. 고춧가루맛이 더해졌다.

 

 

 

평소 좋아하는 겨자를 풀었다. 겨자향이 추가됐다. 그냥 딱 거기까지. 후에 간장과 식초를 더 넣기도 했지만 신기하게도 추가한 양념들의 맛이 국물을 지배하는 느낌이 없이 국물맛 자체가 무미에 가까운데도 그 존재감을 양념들에 빼앗기지 않았다. 고소하고 슴슴한 맛에 물음표를 안고 먹다보면 어느새 바닥을 드러낸다. 고명 이야기를 안할 수가 없는데 수육(소고기)는 따로 주문한 것과 다르게 양지부위가 올라가있었다. 맛은 아주 깔끔한 수육맛이었는데 편육이 아주 실망스러웠다. 다른 테이블들은 대부분 수육보다 편육을 시켜서 먹던데 돼지고기 냄새가 좀 심했다. 이걸 돼지고기 특유의 맛이라고 해야할지 냄새라고 해야할지는 잘모르겠지만 먹고나면 한참을 그 맛에 다른 음식의 맛이 느껴지지 않았다.

 

 

 

냉면은 면삶는 시간 때문에 좀 더 걸리는지 수육이 먼저 나왔다. 차갑게 식혀져서 나오는데 깔끔한 맛이 아주 좋았다. 사태부위라서 중간중간 있는 힘줄 부위들이 꼬독꼬독하게 씹혔다. 따뜻하게 먹었다면 쫀득했을테지만 고기 육향이 조금 가려졌을 것같았다. 육향이 진하지만 기름이 없는 부위기 때문에 맛이 아주 깔끔했고 힘줄은 식감이 좋았고 고기가 너무 풀어지지 않게 적당히 삶아 낸것도 좋았다. 냉면도 그렇고 전체적으로 맛이 강하지 않은데 수육과 함께 나오는 소스에는 고춧가루와 젓갈 등 캐릭터가 강한 맛들이 있어서 전체적인 밸런스는 좋았다. 혼자서 먹다보니 수육이 조금 남았는데 남은음식을 포장해달라고 말씀드렸더니 소스와 함께 포장해주셨다.

 

 

 

계산을 하며 찍은 표창장. 오래전에 중구청에서 받은 표창장인것 같았다. 사장님께는 평생을 바친 이곳에 대한 자부심일 것이다. 이런것도 노포의 매력인것 같다. 서울시 생활유산으로 지정된 곳인데 별안간 철거를 하겠다니.. 이해가 안되기도, 아쉽기도 하다.


철거 소식이 있어서 언제가봐야하나 전전긍긍하고 있었는데 기회가 생겨서 다녀왔다. 먼저 다녀온 지인의 극찬에도 불구하고 평양냉면에 대한 기존의 느낌때문에 음식에 대한 기대보다는 오랜 노포에 대한 경험이 더 강하게 끌려서 다녀왔는데, 역시 평양냉면은 아직 어렵게 느껴지긴 했다. 이번이 두번째 평양냉면이었는데 처음에는 이걸 왜먹을까 하는 부정적인 생각이었다면 이번에는 정말 세번째에는 눈을 뜨게 될까하는 호기심이 생기는 경험이었다. 조만간 그 세번째를 확인하러 가게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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