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한우2호점]강남 한복판의 가성비 한우 맛집

특별한 날에는 역시 소고기, 그중에서도 한우만한것이 없다. 하지만 날이 특별하지 내 지갑이 그날따라 갑자기 특별해지지는 않는다. 이럴때 가장 완벽한 선택지가 이곳이 아닐까? 코로나 때문에 12월에 입대한 동생이 5월 하순이 돼서야 휴가를 나왔다. 그 성난 입맛을 달래기엔 한우가 가장 제격이고 그 식성을 내 지갑이 감당하려면 이곳이 꼭 필요했다.

 

학동역과 언주역의 딱 정중앙, 언덕 꼭대기에 있다. 지하철을 이용하면 조금 걸어야하지만 바로 앞에 버스정류장을 이용하면 편하다. 올때마다 의문인 것이 그 어디에도 세종한우 1호점이 없다는 것인데, 2호점을 오픈하고 1호점은 닫으신건지..

세종한우의 메뉴판. 주변에 고기 없이 따로 식사만 하는 분들도 꽤 보였는데 식사메뉴들도 괜찮은 편인 것 같았다. 고기를 먹으면 상차림비 4천원에 숯불을 비롯한 고기 상 세팅이 된다.

 

가게에 들어가면 고기를 판매하는 정육파트가 있고 거기에서 따로 결제를 해서 자리로 가져온 다음 구워먹는 시스템이다. 때문에 정육점을 지나쳐서 식당으로 들어가서 자리먼저 잡자.

밑반찬은 일부러 따로 찍어두지 않았다. 일반적인 고깃집의 평이한 상차림이다. 김치, 절임류 등등. 셀프 코너에서 원하는 만큼 가져다 먹을 수 있다. 그중 가장 괜찮았던 것은 파절임이 아는맛 중에는 괜찮은 편에 속했고 고기를 골라오면 된장찌개가 기본 차림으로 나온다. 일반적인 고깃집 된장찌개. 솔직히 찬 구성은 이야기할 거리가 많지는 않다. 통으로 나오는 새송이 버섯을 불 가장자리에 오래 구워두면 맛있다는 정도? 그게 중요한게 아니다. 고기부터 고르러 가자.

 

냉장고에 디스플레이 되어있는 고기들 중에 고르면 안쪽에서 사장님이 꺼내주신다. 이날 고른 고기는 살치, 안창, 등심. 전부 다 해서 1근이 조금 넘는 양이었는데 가격이 착하다.

 

마블링도 훌륭하고 육색이 굉장히 좋다. 솔직히 얘기하면 고기들이 원육 자체는 좋았겠지만 손질까지 완벽하진 않았다. 하지만 가격이 모든것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그만큼 더 먹으면 되니까.

 

참숯을 사용한다고 하시는데 화력이 엄청나다. 자리에 그냥 앉아만 있어도 얼굴까지 열기가 후끈하게 전달된다. 때문에 소고기 겉면을 강하게 시어링해서 굽기 조절을 하기가 쉽다. 나름 고기를 잘 굽는다고 자부하기 때문에 집게와 가위는 자연스레 내앞에.

 

처음은 맛이 비교적 강하지 않은 등심. 두께도 적당하고 불필요한 지방들을 거의 다 제거해서 판매하기 때문에 바로 구워먹으면 된다. 화력이 세긴 하지만 겉면만 강하게 익히면 되기 때문에 자주 뒤집으면서 겉면에 색이 돌면 바로 불에서 꺼내서 잘라먹자.

 

가장 맛있었던건 안창살. 마블링도 마블링이지만 내장에 가까운, 육향이 진한 고기들을 좋아해서 안창, 토시 같은 부위들을 좋아한다. 이날의 안창살도 굉장히 맛이 좋았다. 등심, 살치보다는 고깃결이 느껴지고 다소 식감이 있는 편인데 때문에 입안에서 조금 더 오래 씹히면서 진한 육향이 입안에 오래 남는다.

 

살치살은 굽기전 사진이 없어서 구워 놓은 이미지로 대체, 이날 구웠던 것들 중 가장 잘 구워졌다. 글을 쓰는 지금도 침이 고이는데, 모든 부위가 기복없이 굉장히 맛이 좋았다. 보통 한국 고깃집에서 살치살은 얇게 썰어서 살짝 익혀먹도록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이곳은 2~3cm정도의 스테이크 두께로 손질되어있었다. 소 기름과 부드러운 식감으로 먹는 부위이지만 이런 느낌도 촉촉하게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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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소주한잔 하면서 소고기를 마음껏 먹을 수 있는 날이었다. 고기를 더 먹고 싶었지만 2차로 갈 곳도 굉장히 맛집이었기 때문에 참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한우를 이렇게 합리적인 가격에 먹을 수 있는 곳이 적어도 강남에서는 이곳 뿐이지 않을까 싶다. 아주 최상급의 한우 전문점과 비교한다면 부족한 부분이 많겠지만 이정도 대형 업장을 유지하면서 상질의 소고기를 계속해서 소비하며 퀄리티를 유지하는 것만큼은 인정해야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여기 삼겹살 2인분 추가요!' 하는 편안한 마음으로 소고기를 마음껏 먹고 싶다면 최고의 선택지가 될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