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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래옥]육향이 진한 평양냉면과 서울식 불고기의 정석

가서 먹은것

by _dahmyam 2020. 6. 3.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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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면옥에 이어서 두번째 서울에서의 평양냉면을 도전해봤다. 을지면옥의 슴슴한 맛에 반했다는 부산사는 지인과 함께 다녀왔는데 '평양냉면이 다 비슷하겠지'라는 생각이 완전히 박살났다. 종로는 언제가도 정감있는 주변 풍경이 참 좋은데 그 한가운데 고급스러운 내외관을 가진 건물에 사람이 가득해서 새로운 경험이었다.

형.. 미아내

사진에는 제대로 안담겼지만 건물이 굉장히 크고 굉장히 고급스러운 외관이었다. 배가고파서 앞에 사람이 있건말건 일단 찍어놓고 안으로 들어갔다. 대기 공간이 업장 자체가 크기 때문에 대기가 좀 있더라도 금방 빠진다. 5시가 조금 안된 시간에 입장했는데 앞에 10팀 정도가 대기하고 있었지만 10분~15분 정도 대기하고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메뉴판도 뭔가 클래식한 느낌이 물씬난다. 우리가 주문한 메뉴는 불고기와 물냉면, 비빔냉면. 일행 중 한명의 입맛을 짐작했을 때 평양냉면은 입에도 못댈 것 같았는데 역시나였다. 한 끼 식사로 하기에 구이류의 음식들은 가격이 꽤나간다. 그래도 가본 사람들은 반드시 불고기를 먹어보라고 추천한다. 냉면 자체가 슴슴하기 때문에 불고기와의 조합이 좋다.

 

기본으로 나오는 면수. 메밀향이 향긋하고 맛과 향이 강하지 않아 찬음식을 먹기 전에 속을 달래기 좋다.

 

가스화로 위에 서울식 불고기 판을 올리고 가장자리에 육수를 둘러주신다. 그냥 물같지만 먹어보니 냉면 육수와 같은 육수를 부어주신 것 같다.

 

배추김치는 냉면만 주문해도 나오는 것 같았고 나머지 찬들은 불고기에 함께 나오는 것 같았다. 찬들이 특별하진 않았지만 요리와 곁들이기에는 좋았다. 부추무침은 불고기와 잘어울렸고 김치와 냉면의 조합이 의외로 좋았다.

 

찬이 세팅되고 얼마되지 않아서 고기를 올려주신다. 서울식 불고기는 육수에 육즙이 흘러들어가고 거기에 채소를 넣어 함께 먹는 것으로 알고있었는데 이곳 스타일인지 저렇게 고기가 올라가고 끝이었다.

 

익고나면 이런 처참한 비주얼이 되는데. 예쁘게 찍을래야 찍을 수가 없었다. 직원분이 무심하게 고기를 구워주시는데 이정도 상태가 되면 먹기 시작하고 점점 바싹익어가면서 양념이 응축되는 맛을 즐기면 된다. 일반적으로 먹는 불고기 맛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데도 먹어보면 감탄사가 계속 나온다. 염도와 당도가 절묘하다. 다른 잡스러운 맛은 없고 은은한 단맛과 적당한 짠맛에 좋은 고기를 쓴것이 티가나는 육향까지. 채소와 함께 풍성하게 먹었다면 더없이 좋았겠지만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고기가 절반정도 익어가면 원래 주인공이 나온다. 배가 풍성하게 올라가있고 씻은지가 함께 들어가있다. 흐트러뜨리지 않은 상태로 육수맛을 먼저 봤는데 같은 평양냉면이 이렇게 다를 수 있다는 것에 놀랐다. 을지면옥이 슴슴함의 끝이었다면 우래옥의 평양냉면은 나름의 또렷한 맛을 가지고있었다. 염도 자체도 을지면옥보다는 강해서 첫입은 '좀 짠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다들 이야기하는 육향이 굉장히 강하다는 느낌 역시 강하게 드는데 그 느낌이 염도 때문에 더 또렷하게 나는 느낌이었다. 국물만 먹었을때는 뭔가 밸런스가 안맞는 느낌인데 면을 함께 먹으면 국물맛이 왜 그런지 감이 온다. 메밀향이 강하진 않지만 은은하게 감돌면서 육향, 염도가 다소 강한 국물과 조화를 이룬다. 

 

배를 살짝 치우면 수육이 나오는데 다른 냉면집처럼 한두점 올라가있는게 아니라 큼직하게 서너조각이 올라가있다. 중간중간 함께 먹으면 탄수화물과 채소, 국물의 빈자리를 든든하게 채운다.

 

함께 간 지인은 면에 따로 식초를 쳐서 먹었는데 면발이 조금 달라진다고 하는데 나는 저렇게 하진 않았다. 사진에 보이듯 젓가락위에 면이 푸짐하게 올라가있고 국물에 담겨있는 양도 그만큼 또있다. 양이 많다. 두명이서 요리까지 함께 먹으려면 냉면은 하나만 주문해도 충분할 것 같았다. 나중에 사리추가하더라도 금방나오니까.

 

다른 한명이 주문한 비빔냉면. 누가 평양냉면집에서 비빔냉면을 주문하나 싶겠지만 그런 사람이 저중에 있었다. 평냉집에서 비빔냉면을 시키면 사실 그 특별한 맛이 느껴지진 않는다. 면이 메밀이기 때문에 면에서 나는 맛이 다른 냉면(칡냉면, 함흥냉면 등)과 조금 다르다는점? 비빔냉면 역시 맛있었지만 '평양냉면'의 범주에 넣기에는 고개가 갸우뚱해졌다. 하지만 매콤한 양념장의 맛이 아주 좋아서 냉면 자체는 맛있었다.

 

마무리로 오렌지까지 굉장히 만족스러운 한끼였다.

 

사람이 많아서 가게 내부는 촬영을 못했는데 한옥느낌을 내려고 많이 신경을 쓴것이 눈에 보였다. 창살이나 문, 천장까지. 공간이 굉장히 넓은데 테이블이 큰데도 테이블 사이의 간격이 제법 있어서 사람이 많아도 크게 시끄럽지 않게 식사할 수 있었다. 안쪽으로 룸도 굉장히 많이 보이고 2층 공간까지 있는 것같았는데 식사하는데 불편함이 없는 것이 큰 장점이었다.


이것으로 세번째 평양냉면까지 경험하고 왔는데 나는 아직 '미식'을 하기에는 많이 먼 것 같았다. 개인적으로 맛은 개인의 취향이고 그 누구도 왈가왈부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면서도 경험이 많은 사람들의 조언까지 잔소리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고도 생각한다. 때문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지만 내게는 난해한 음식을 만날 땐 그냥 즐거운 경험으로 저장해두고 더 많은 경험이 쌓인 후에 다시 가보자고 다짐한다. 이 날의 내게는 그냥 '슴슴한 맛'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던 음식이 그 나름의 특색을 가지고 업장마다 굉장히 많이 다른 색깔을 지니고 있다는 것 자체에 흥미가 생기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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