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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산제면소] 탄탄면, 미슐랭, 정창욱 그리고...

가서 먹은것

by _dahmyam 2020. 3. 18.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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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온 나라가 신음하는 와중에도, 한주가 채 끝나지 않았어도 압구정은 붐볐다.

오늘도 틈만나면 퇴근하고 저녁은 뭐가 좋을지만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그렇게 인스타, 블로그를 뒤지던중 그 오늘 본 그 어디어도 없던 '금산제면소'가 갑자기 떠올랐다.


도산공원에서는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해있다. 주말에도 주변이 그리 붐비지는 않는 곳이다.

'나 여기있다!'하는 간판이나 가게를 찾을만한 이렇다할 표시같은 것이 없다. 그래서 더 깔끔하고 정감가는 익스테리어다.

 

 

입구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키오스크가 보인다. 메뉴는 탄탄면 단일메뉴고 고명으로 올라가는 모든 것들이 사이드 메뉴로 추가할 수 있게 되어있고 마라한 맛을 추가하려고 해도 주문해야한다. 두번 주문하는 수고를 안하려면 기본적으로 온천달걀은 주문하고 착석하자.(곁들여 먹어보지 않고 맛없었다고 하지 않기. 물론 없이도 충분히 훌륭하다.)

 

 

 

 

키오스크에서 주문을 마치면 주방에서 움직이는 소리가 들린다. 교환권과 영수증이 나오는데 사람이 없어서 인지 굳이 주방에 전달하지 않았는데도 음식이 바로 나왔다. 

 

 

 

가게 조명과 인테리어가 예뻐서 찍었는데, 지금보니까 사람이 하나도 없어서 이렇게 찍을 수 있었던것 같다. 오픈형 주방으로 되어있었고 주방 내부가 굉장히 깨끗하게 잘 정돈되어있었다. 내부는 총 10여석 정도 되어보였고 전부 바자리였다.

 

왼쪽부터 고추기름, 흑식초(훔쳐오고 싶었음). 고춧가루, 산초가루

 

주문 후 자리에 앉으면 먹는 방법, 추가 주문에 대한 안내가 적혀있는 메모(?)를 볼 수 있다. 저렇게 친절하게 적혀있는데 따르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

먹는 방법을 읽어보고 앞에 놓인 양념들을 살펴보다보면 그리 오래걸리지 않아 음식이 나온다.

 

먹다 찍어서 양이좀 적음..

 

처음 보는 비주얼이다. 무엇이 들어갔는지 사진에서 보이는대로가 전부다. 대파(줄기와 잎부분을 따로 썰어낸 것 같다.), 고기, 짜사이가 면 위에 얹어져있고 주변으로 소스가 둘러져있다. 이 모든 것을 비벼서 먹으면 된다. 비벼놓으면 흡사 마제소바를 보는 것 같다. 보통의 탄탄면은 국물이 자작하게 들어가있어서 땅콩장의 맛이 고소하게 나면서 매콤하게 남는 느낌이다. 시루나시(국물이 없는) 탄탄멘이라고 부르기도 한다고 한다.

 

먹어보면 전체적으로 땅콩장의 고소한 맛이 전체를 지배한다. 면을 다 씹어 넘기면 입안에 산초의 향이 남고 '마'(아린 맛)와 '랄'(매운맛)이 남는다. 처음 받은 상태의 면 주변에 둘려있는 소스를 자세히 보면 땅콩장이 깔려있고 그 위에 기름이 떠있는데 화조유와 라유가 아닐까 추측해본다. 자가제면한 면은 쫄깃한 식감보다는 반죽에 달걀이 들어간 면들(파스타 생면, 에그누들)의 식감에 가깝다. 저항감이 크지않고 쉽게 끊긴다. 소스의 점도, 면 식감의 조화가 아주 좋다.


저는 흑식초를 좋아합니다.


먹는 방법에 보면 한두 젓가락 먹고 나서 앞에 있는 양념을 곁들이라고 되어있는데, 꼭! 꼭!해야한다. 먹는 방법의 맨 마지막에 '저는 흑식초를 좋아합니다.'라고 적혀있는데 아마 '저'는 정창욱 셰프일 것이다. 말 잘 듣고 그냥 먹어보고나서 흑식초를 한두바퀴 둘렀다. 이때부터 시작이었다. 다양한 향신료와 소스들이 개성이 강해서 하나씩 다 거칠게 튀었는데, 흑식초 이후로는 모든 맛들이 제자리를 찾는 느낌이었다. 많이 시지않고 달큰한 느낌의 식초다. 어디에선가 먹어본 기억이 있는데 이게 흑식초였다니.

먹을때는 먼저 먹어본 사람말을 잘 들어야한다. 1/3정도 남았을 때 온천계란을 넣고 섞어 먹으라고 한다. 실행했다. 주르륵 흘러내리는 노른자를 기대했지만. 조리해놓은지 시간이 지난 계란은 차갑고 굳어있었다. 면과 함께 섞으면 충분히 풀리고 섞이기는 하지만 양이 많이 남지 않은 상태에서 차가운 달걀을 넣으니 음식이 식어버렸다. 맛이 훨씬 풍부해지긴 했지만 아쉬움은 어쩔 수 없었다.

 

 

면과 소스가 절대 떨어지려고 하지 않으니 면을 다 먹어버리면 소스가 남지 않는다 면이 한두 젓가락이라도 남았을때 밥을 말아야한다. 달큰한 양파튀김이 듬뿍올라간 밥을 추가주문한다. 비비기 전에 양파튀김을 먼저 먹어봤는데 너무 맛있어서 말아놓고 튀김을 추가로 요청했다. 면과 먹을때와는 또다른 느낌이었다. 밥알과도 잘 섞이는 소스였고 양파 튀김이 별거 아닌것 같지만 맛에서 꽤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바삭한 식감은 덤.

 

 

그냥 들어갈때 밥이랑 온천달걀은 기본옵션으로 같이 주문해놓고 착석하자. 들어가서 정신놓고 먹다보면 내가 뭘먹었는지도 모르는 사이 식사가 끝나있을지 모른다. 정신줄 단단히 잡고 친절하게 적혀있는 먹는 방법을 숙지하면서 먹어야한다.

 

 

바 자리이기 떄문에 식기들을 정리해서 카운터에 올려놓는것 까지 해야 식사가 끝난다. 

 


전체적인 인테리어와 음식 담음새 등 모든 것이 조화로웠다. 정창욱 셰프의 음식을 처음 먹어본 것인데 유명한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나보다. 무엇보다 미슐랭이 인정한 맛이라고 하지 않는가. 솔직히 다 먹고 나오면서 도대체 뭘 써야할까 생각이 많아지는 맛이었는데 집에 도착하기도 전에 다시 생각나는 맛이었다. 회사 바로앞에 이런 곳이 있다는게 얼마나 다행인지. 만족스러운 한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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