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시야를 입문하기에 더없이 좋은 가격적 조건을 가지고 있고 또한 가격대비 훌륭한 음식으로 유명한 곳이다. 작년 12월 말쯤 런치로 방문해보고 6개월이 조금 넘어서 방문했다.(이번엔 디너!) 예약 전쟁으로 완전히 타의에 의해서 시간이 이렇게 오래 흘렀다. 당시에는 처음으로 가본 스시야였기 때문에 비교군이 없었고 어떤것이 좋고 어떤것이 아쉬운지에 대한 판단이 서지 않았는데 다시 방문한 스시도우는 가격적 메리트를 제외하더라도 훌륭한 점이 너무 많은 곳이었다.
서초역에서 도보로 5~10분정도 되는 거리에 작은 업장이다. 내외관 모두 깔끔하고 꾸밈에 있어서 절제한 것이 돋보였다.
디너는 1, 2부로 나뉘는데 6시, 8시 10분에 각각 시작한다. 나는 디너 2부에 식사했는데 미리 입장해있을 수는 없고 정시에 입장할 수 있다. 내부는 8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기본적으로 초생강, 소금, 간장이 세팅되어있고 초밥을 올려놓는 접시에 와사비가 준비되어있다. 와사비는 달큰한 맛도 감돌고 매운 정도도 적당해서 좋았다.
와인을 가져가면 아이스버켓을 내어주신다. 이외의 서비스는 없고 콜키지 요금은 병당 10,000원이다. 여기에서 잔까지 리델이나 잘토잔을 바라면 욕심이겠지.. 아무튼 강남권 스시야에서는 가장 저렴한 것 같다. 앉아서 와인 칠링을 요청하고 잠시 후 음식이 나오기 시작한다.
1. 달걀찜(차왕무시)
작년 오픈 초기에 방문했을 때는 달걀 위에 육수같은 국물이 조금 올라가있고 그 안에 파프리카가 있었는데 다른 첨가물 없이 달걀찜만 나왔다. 달걀 안에 옥수수가 들어가있는데 초당옥수수를 쓰신다고 한다. 옥수수가 아삭아삭하고 단맛이 굉장히 좋은데 부드러운 달걀과 잘 어울렸다.
2. 광어
첫 츠마미가 시작됐다. 등살은 숙성이 잘되어있어서 차진 식감이 너무 좋았고 단맛이 은은하게 올라왔다. 지느러미 살을 보니 광어 사이즈가 아주 크지는 않았던것 같았지만 오독오독한 식감도 기름맛도 좋았다.
2. 키조개 관자, 문어, 갑오징어
세가지 츠마미를 한꺼번에 주셨는데 문어가 따뜻한 상태로 나왔기 때문에 가장 먼저 먹었다. 간장 간이 그렇게 강하지는 않았고 단짠이 딱 반반으로 느껴지는 양념이었다. 굉장히 부드럽게 조려져서 셋중에는 가장 맛있었다. 갑오징어는 유자제스트나 과즙을 넣고 버무린것 같았다. 유자향이 가볍게 지나가고 나면 진득한 갑오직어 식감과 맛이 감돌았다. 의문이었던것은 왜 저렇게 갑오징어를 조각조각 내셨던건지.. 관자는 겉을 약간 태우듯 익히고 장어소스를 얹었다. 이날 관자가 이렇게 한번, 니기리로 한번 나왔는데 둘 모두 좀 과하다 싶을 정도로 비렸다. 나머지 모두가 맛있었는데 관자는 많이 아쉬웠다.
3. 어린 참치
요즘 동해나 제주쪽에서 국산 참치도 제법 잡힌다고 하는데 사이즈가 좀 작다고 한다. 이 친구도 그랬는데 맛이 조금 부족한 것을 타다끼로 어느정도 잡았다. 무난했지만 숯향이 기분좋게 나서 좋았다.
4. 흰살생선 무침
원래 하나하나 잘 설명해주셨던 것 같은데 이날은 뒷주방에서 나오는 요리는 따로 물어보기 전에는 설명을 안해주셨다. 자투리 흰살생선으로 무침을 했다고 하셨다. 참돔, 농어, 시마아지등이 들어갔는데 생선 맛 자체보다는 양념과 함께 어우러지는 맛이 좋았다. 위에 올라간 간장젤리가 시큼달달짭짤한 느낌이었는데 생선 무침과 굉장히 잘어울렸다.
5. 참소라
츠마미로 패류가 두가지 나왔는데 그중 하나였던 참소라. 니기리 전에 술과 함께 곁들이기에 굉장히 깔끔했고 따뜻하게 나와서 온도감이 참 좋았다.
6. 참치 등살 간장절임(아까미 즈케)
등살을 간장에 절였는데 보통 아까미 즈케들이 어간장에 깔끔하게 나오는 것과 다르게 소스에 마늘, 쪽파 등 다른 양념이 많이 가미되었는데 소스 맛 자체는 좋았지만 등살 산미가 잘 안느껴져서 아쉬웠다.(니기리로 먹었던 아까미는 산미 굉장히 좋았음)
7. 고등어 김밥(사바마끼)
스시야에 가면 항상 등푸른 생선들이 기대가 되는데 7월이었기 때문에 시기상 맛이 없을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역시나 하는 느낌은 지울 수 없었다. 엄청난 기름짐을 기대하고 와사비를 올렸는데 와사비 맛만 났다. 시메가 강하게 되지는 않아서 무난한 맛이었다.
8. 찐전복(무시 아와비)
이렇게 따뜻한 음식들은 온도감이 참 중요한데 음식 하나하나가 모두 타이밍이 굉장히 좋았다. 전복도 알맞게 부드러웠고 따뜻해서 더 맛있었다. 샤리를 조금 많이 올려주셔서 게우소스 맛이 진하게 느껴지진 않아서 조금 아쉬웠다.
샤리통(?) 내부 세팅을 하시면서 매니저님이 데부키(손으로 먹는 사람들을 위한 손수건)를 가져다주시면 니기리가 시작된다. 이날 정말 감동적이었던 것이 샤리 온도를 따뜻하게 유지하기 위해서 뒷주방을 여러번 왔다갔다 하면서 따뜻한 샤리를 몇번이나 가져다가 초밥을 쥐어주셨다.
9. 참돔
니기리 첫점은 참돔이었다. 첫점 입에 넣자마자 간장 감칠맛이 너무 좋아서 말씀드렸더니 간장을 따로 보여주셨다. 스시조에서도 쓰는 간장이라고 하셨다. 밥 양과 네타의 밸런스도 좋았고 숙성 정도도 알맞았다. 안에 쪽파를 넣어주셨는데 향긋해서 전체적으로 조화로웠다.
10. 잿방어(간파치)
겨울엔 방어, 여름엔 잿방어를 굉장히 좋아하는데 이날 잿방어는 조금 아쉬웠다. 흙냄새가 약간 났고 특유의 기름진 맛도 많이 부족했다.
11. 단새우(아마에비)
무난한 단새우 맛이었다. 이날 구성에는 우니가 없었는데 종종 우니도 쓰시는 것 같았는데 없어서 아쉬웠지만 단새우 자체는 맛있었다.
12. 장국(미소시루)
도미 머리와 뼈로 육수를 냈다고 하셨는데 첫입을 먹자마자 충격적일 정도로 맛있었다. 생선 감칠맛이 정말 강하게 올라오고 위에 생선 기름 떠있는게 눈에 보일 정도로 진하게 우려냈다. 미소 자체의 맛은 강하게 나진 않았지만 한 번 더 요청해서 먹을만큼 맛있었다.
13. 줄전갱이(시마아지)
평소 시마아지는 약간 서걱거리는 식감을 좋아하는데 그것보다는 숙성이 조금 더 된것 같았다. 하지만 기름맛도 충분하고 밸런스는 좋았다.
14. 참치 등살(아까미)
니기리에 쓰인 참치는 스페인산 250kg 급이라고 하셨다. 참치 맛이 상당히 괜찮았는데 먼저나온 등살은 산미가 뚜렷하게 느껴지는게 존재감이 뚜렸한 맛이었다.
15. 가리비 관자
이날 워스트. 가리비 사이즈도 좋고 육안으로 봤을때는 좋아보였는데 입에 넣자마자 비린맛이 확 퍼졌다.
16. 참치 대뱃살(오토로)
참치 경험이 적어서인지 이 참치 대뱃살은 내가 경험한 참치 대뱃살 중 최고였다. 입안이 소고기 등심이나 삼겹살 먹을때 처럼 번들번들해질 정도로 기름맛이 강했다. 살짝 겉을 익혔는데 아주 살짝 불이 닿은 정도여서 숯 향은 은은하게 났다.
17. 감성돔
이때부터 샤리 양을 줄여달라고 요청했는데 그래서 네타의 안좋은 맛도 더 많이 느껴졌던 것 같다. 얼핏 흙맛이 스치는 느낌이었다.
18. 벤자리돔
껍질쪽을 살짝 익혀내고 위에 장어소스를 얹었다. 숯향과 생선 기름진 맛과 달달한 장어소스가 맛있었다.
19. 병어 구이
큼지막한 병어를 구워서 샤리 위에 얹어서 내어주신다. 따로 간이 거의 안되어있는데 병어 맛이 워낙 진하고 뜨겁게 나와서 맛있게 먹었다.
20. 금태
생선 기름진 맛을 엄청나게 좋아하는데 금태는 경험해본적이 없었다. 그런데 그 기름짐의 끝에 있는 맛이었다. 껍질을 살짝 익혀서 기름이 더 강하게 느껴졌고 그냥 살 사이사이에 하얗게 기름이 박혀있는걸 보는 것 만으로 벌써 맛있는 한점이었다.
21. 청어(니싱)
이날 전체적으로 원래 좋아하던 등푸른 생선보다 다른 네타들이 더 기억에 남는데 원래라면 청어도 굉장히 맛있게 먹었겠지만 비교적 무난한 맛이었다. 시메도 조금 약했던 것 같고 크게 기억에 남는 맛은 아니었다.
22. 게르치
금태 대신으로 나오기도 할만큼 생선 기름하면 빼놓을 수 없는 어종. 하지만 이미 금태를 먹었기 때문이었는지 기름짐 말고는 특별한 점은 없었다. 생선살 감칠맛도 좀 밍밍했고 따로 간을 안해주셔서 슴슴하게 먹었던 기억.
23. 삼치
삼치도 껍질을 숯에 구워냈는데 지금 삼치가 맛이 올라올 시기도 아니고해서 크게 기억에 남지는 않았다.
24. 붕장어(아나고)
이미 배가 터질 것 같았지만 역시 아나고가 나오면 아쉽다. 앞에서 장어소스를 여러번 이미 먹어서 장어 소스는 특별하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장어를 아주 부드럽게 익히고 겉면을 살짝 태운 느낌이었는데 김이 펄펄날 정도로 뜨거운 온도감이 굉장히 좋았다.
25. 온소바
쇼유 베이스에 깔끔한 국물이었고 얇은 면이 후루룩 먹기에 좋았다. 청어 튀김이 올라갔는데 아무래도 익혀놓으니 감칠맛이 더 많이 올라온것 같았다. 쥐똥고추를 넣었다고 하시는데 칼칼한게 마무리로 굉장히 좋았다.
26. 청어 마끼
마무리하는 중에 청어를 마끼로 한번 더 내어주셨는데 이때 먹은 청어는 또 시메가 조금 더 강하게 되어있었다. 니기리에 올라간 청어는 사이즈가 굉장히 컸는데도 맛이 좀 약했다면 마끼로 먹은 청어가 더 나은 느낌이었다.
27. 교꾸
이렇게 달걀 구이 느낌으로 쫀득하게 구워내는 곳과 카스테라처럼 폭신하게 구워내는 곳으로 나뉘는데 스시도우, 스시소라의 느낌이 참 맛있다. 달걀맛과 달달한 양념의 맛이 나면서 갈린 새우가 감칠맛까지 내주는. 맛있고 맛있지만 끝나간다는 아쉬움은 어쩔 수 없었다.
28. 푸딩
스시야에서 흔히 모나카를 디저트로 많이 내는데 이날 스시도우의 디저트는 우유푸딩이었다. 앞서 먹은 스시에 미안할 정도로 맛있는 푸딩이었다. 단맛은 절제되어있고 우유 맛이 진하게 나는데 위에 올린 잼과 섞인 부분은 또 새콤하기까지했다.
마지막으로 샤리는 한번 더 짚고 넘어가고 싶은데, 정말 맛있는 샤리였다. 전에 방문했을 때는 식초가 좀 덜 날아가서 식사 후반으로 가면갈 수록 샤리가 부담스러웠는데 오늘은 온도감, 간, 신 정도까지 완벽했다. 입안에서 풀리는 느낌도, 네타와 섞이는 느낌도 좋았고 쫄깃하면서도 부담없이 씹히는 샤리가 너무 좋았다.
주류메뉴도 합리적인 가격에 다양한 종류로 준비되어있다.
스시야를 입문한 곳이기도 하지만 방문 못한 사이 전보다 좋은 후기가 더 많이 보이는 곳이어서 큰 기대를 안고 갔음에도 기대 이상으로 맛있었다. 디너 6만원의 가격을 생각하면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을 것 같다. 조금 더 보태자면 8 ~ 10만원 선의 스시야들 보다 더 나은 점도 많은 곳이다. 단순히 '가성비'라는 단어로 설명하고 싶지 않은곳이다. 다른 곳을 예약할 요량으로 다음달 예약을 해놓지 않은 것이 후회되는 식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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