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고기는 먹는 방식에 따라 다가가는 느낌이 많이 달라서 항상 같은듯 하면서도 늘 다른 매력이 있다. 양꼬치 형태가 유행하고 난 다음에 일본 북해도식 스타일이 한 차례 유행을 탔는데 대부분 어린양들을 사용해서 냄새가 없고 직접 구워주기 때문에 편안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곳은 여러 장점이 상당한 수준에 있었고 고기 퀄리티 자체도 흠잡을데가 없었다. 용산에 있는 본점이 최자로드에 나오면서 유명세를 탄 곳인데 압구정점에 없는 메뉴가 있다고 해서 본점의 맛이 궁금해지는 식사였다.
내외관 모두 깔끔하고 일본 특유의 느낌이 잘 묻어난다. 다만 사람에 따라서는 식당인지 모를 수도 있을 것 같았다.(일행이 실제로 찾질 못했다.)
6시 정각에 도착했는데도 8팀이 대기하고 있었다. 핸드폰 번호를 입력해놓으면 카톡이 오니 주변에서 편하게 기다릴 수 있다. 실제 대기 명단이랑 여기 나오는것이랑 조금 다른지 등록하자마자 업장에서 입장하라고 전화가 왔다. 다행히 일행이 도착하자마자 바로 입장할 수 있었다.
모든 자리가 카운터석으로 되어있는데도 꽤 규모가 컸다. 많은 자리를 커버할 만큼 직원분들도 많아서 무엇을 요청해도 빠르게 서비스되는 것이 참 좋았다.
메뉴는 간단했다. 고기메뉴 5가지와 몇가지 토핑들. 술종류는 단품기준인데 압구정이라는 위치를 생각했을 때는 합리적인 것 같았다.
기본 상차림은 절임채소와 소스류들. 간장소스는 짜지 않고 시트러스류의 상큼한 맛이 같이 올라와서 맛있었다. 테이블에 마늘이 비치되어 있는데 으깨서 소스에 넣으면 좀 더 맛있다.
세트를 주문했는데 2인 기준 이정도의 양이 준비된다. 카타마리는 우리말로 덩어리라는 뜻이라고 한다. 살치살과 등심이 같이있는 부위를 덩어리째 구워준다. 징기스칸은 같은 부위를 썰어서 구워준다. 여기서 조금 의문이 들었는데 단품으로 주문하면 징기스칸을 인원수 만큼 주문해야한다고 하는데 먹어보니 징기스칸도 맛있었지만 카타마리가 훨씬 맛있었다. 물량 소진을 위한 정책인건지 왜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었다.
이런 화로에 고기를 굽는 곳들은 열기가 너무 강하게 손님자리까지 오는 경우가 종종있는데 이곳은 아예 주방안에 있으면서도 눈앞에 바로 볼 수 있는 거리에 있어서 쾌적하게 식사할 수 있어서 굉장히 좋았다.
징기스칸을 먼저 구워주신다. 숯은 비장탄을 사용하신다는데 숯 향이 고기에 스미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강한 화력 때문에 고기가 굉장히 맛있게 구워졌다. 곁들여먹는 채소는 통 대파와 양파를 구워준다. 고기 자체가 느끼하진 않았지만 중간중간 심심하지 않게 먹을 수 있게 도와주는 장치였다.
두번째는 카타마리. 통으로 굽는 비주얼은 먹다보니 놓쳤다. 육안으로 보기에도 징기스칸 보다는 훨씬 육즙이 가득하게 구워진다. 징기스칸때 조금 바싹 굽는 것 같아서 조금 덜 구워달라고 요청해서인지 굉장히 촉촉하게 잘 구워주셨다.
촉촉함을 담고 싶었으나 실패했나보다. 정말 잘 구운 스테이크를 씹었을때 처럼 육즙이 쭉하고 나오는게 너무 맛있었다.
고기를 다 먹고 나면 함바그를 준비해주신다. 토치로 저렇게 겉면을 그을린 후에 호일로 감싸 불위에서 은근하게 안까지 잘 익혀준다.
그러고 나면 이렇게 서빙되는데 다른 후기들을 보니까 완전히 탄것 처럼 겉을 익히는 경우도 있는 것 같았다. 고기 굽는 것도 그렇고 전체적으로 그날 어떤 분이 맡아주시느냐에 따라서 호불호가 갈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무튼 이날은 만족스럽게 잘 구워졌다.
안쪽은 미디움으로 구워졌는데 온도도 안쪽까지 따뜻하고 육즙 흘러 내리는게 아까울 정도로 맛있었다. 함바그 특유의 양념맛도 좋았고 중간중간 향신료 향이 났는데 큐민(쯔란)인것 같았다. 고기 육향이랑 어우러진 향신료 향이 질리지 않고 계속 당기는 맛이었다.
함바그를 1/3정도 남기라고 안내해주는데 아부리 라이스를 만들기 위함이다. 버터로 코팅한 밥과 함바그를 잘게 부숴서 토치로 살짝 그을린다. 술과 함께 먹어서 괜찮았지만 함바그가 그냥 먹기에는 약간 간이 있는 편인데 밥을 함께먹으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맨 마지막으로 오차즈케까지 나오면 마무리라고 생각하면 된다. 맛있게 먹은 기억이 남는 오차즈케는 '차'이외에 다싯물을 함께 써서 '식사'느낌이 나도록 하는 것이었는데 이곳은 그런 스타일은 아니었다. 오차즈케를 내어주면서 '입가심'을 하라고 하시는데 그렇다고 하기엔 안에 밥이 들어있어서 이도 저도 아닌느낌이었다. 찻물 자체에 큰 임팩트가 있는 것 같지도 않아서 몇 모금 국물만 마셔보고 말았다.
그리고 이날 마신 술들. 첫잔은 메뉴에 있었던 고구마 소주. 일본에서 마셔본 고구마 소주는 보리, 쌀과 비교했을 때 조금 단맛이 감돌면서도 특유의 향이 있어서 좋았는데 이곳의 고구마 소주는 조금 평이한 맛이었다.
두번째 잔은 생사케. 메뉴에 없고 테이블에 따로 안내 팻말이 있었는데 잔 받침에 흐를때 까지 가득 따라준다. 정말 일본에 와있는 느낌이었다. 생사케는 처음 경험해보는 것이었는데 연한 막걸리의 느낌이었다. 옅게 단맛이 감돌고 일반사케의 깔끔한 끝맛을 좋아해서 개인적으로 맛있지는 않았다.
그래서 일행이 주문한 사케와 바꿔서 마셨는데 이쪽이 훨씬 내 스타일이었다. 전체적으로 어디하나 튀는 맛이 없이 깔끔했다. 다만 두 사케 모두 안내글에는 산미 이야기가 있었는데 거의 느껴지지 않아서 아쉬웠다.
이곳은 음식 맛도 맛이지만 식사하는 내내 친절한 접객과 편안한 시스템이 굉장히 좋았다. 등뒤에 캐비넷이 큼지막하게 있어서 한겨울에 두꺼운 옷을 입고와도 카운터석이라는 불편함을 느끼지 못할 것 같았다. 고기 한점 한점을 정성스레 구워준다는 장점은 직원분이 많은 만큼 개별 직원분의 스킬에 따라서 만족도가 크게 갈릴 것 같다는 느낌도 들었다. 이번 방문에서 서비스해주신 분은 음식 자체는 잘 컨트롤 하셨지만 이것 저것 질문했을 때 음식에 대한 이해도가 많이 낮아서 아쉬웠다. 하지만 압구정 신사에서 양고기를 먹는다면 꼭 재방문해보고 싶은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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