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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리준] '닭'의 맛을 진하고 다양하게 느낄 수 있는 곳(토종닭 야끼토리 오마카세)

가서 먹은것

by _dahmyam 2020. 8. 13.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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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낙에 사는 사람들의 카톡에는 미식 정보공유 단톡방이 하나쯤은 있는 것 같다. 나도 몇개 정도 있는데 일본 스타일의 '구이' 음식 하면 빠지지 않고 나오는 곳이 토리준이다. 시장에서 먹는 닭꼬치부터 오마카세 스타일의 고급 꼬치요리집까지 사실 닭고기는 맛없게 조리하기도 힘든 재료인것 같다. 그럴수록 디테일한 차이가 중요해지고 기본이 얼마나 탄탄한지가 맛집을 가르는 중요한 잣대가 된다. 토리준에서 그런 느낌을 강하게 받았는데 '닭'이라는 식재료를 다시 보게된 식사였다.

청담동 번화가와는 거리가 좀 있는 곳에 위치해있는데 주변이 주택가여서 조용한 분위기인데 가게 내부는 제법 사람이 많아서 내/외부의 간극이 재미있다.

 

 

내부는 디귿자로 된 카운터석과 각각 네명, 두명씩이 이용할 수 있는 테이블로 구성되어있다. 카운터석에 제법 많은 인원이 앉을 수 있는데 야끼토리는 셰프님이 혼자서 굽는 형태여서 만석일 때는 음식이 좀 늦게나올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기본 메뉴는 5, 7종의 오마카세와 단품 메뉴들이 있는데 '토종닭 오마카세'는 예약시에 따로 요청하면 준비해주신다. 가격은 50,000원.

 

식사가 준비되기 전에 양배추를 먼저 내어주신다. 된장에 닭고기가 들어가있어서 중간중간 씹히는데 감칠맛이 굉장히 좋았다. 메인 자체가 고기여서 거기에서오는 부담감을 덜어주는 느낌이어서 계속 손이 갔다.

 

1. 에피타이저(?)

우니와 참마를 메인으로한 에피타이저가 나왔다. 위에는 연어 알이 우니 밑에는 해초가 들어가있다. 섞어서 먹으면 되는데 전체적으로 식감이 미끌거리고 우니맛을 가리는 느낌이 들어서 아쉬웠다. 입맛을 돋우는 정도로 만족해야했던 첫 음식.

 

첫음식과 함께 주문한 사케가 나왔다. 사케는 경험이 많지 않아서 전적으로 일행과 직원분의 추천에 맡겼다. 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목넘김이 굉장히 부드러우면서도 특유의 바디감이 있어서 마냥 가볍지 않은 느낌으로 마실 수 있었다.

2. 안심

첫 번째 꼬치는 닭 안심이었다. 경험해본 적은 없지만 닭 가슴살을 미디움정도로 익혀서 와사비와 함께 먹는 것을 본적이 있는데 그걸 기대했지만 조금 더 구워진 느낌이었다. 닭 가슴살 안쪽에 있어서 굉장히 부드러운 부위인데 토종닭이어서 그런지 약간은 식감이 있었다. 조금 덜 구웠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3. 목살

목살부터 토종닭의 느낌이 나기 시작했다. 토종닭하면 떠올리는 특유의 식감과 향이 안심에서는 육계와 별반 차이를 못느끼는 정도였는데 목살은 기름도 적당히 있고 쫄깃한 식감도 함께 올라와서 이후의 꼬치들이 더 기대됐다.

 

4. 다리살

다리살에서 껍질을 제거하고 구워주셨는데 가장 토종닭스러운 식감과 맛이었다. 사람에 따라서 질기다고까지 표현하는 부위인데 비교적 부드러운 느낌이 나면서도 닭 다리의 조직감은 느껴지도록 구워낸것 같았다. 육즙이 가장 많이 느껴졌던 꼬치였다.

 

5. 꼬리살

맞다. 집에서 닭고기 요리를 할때 항상 잘라내는 그 부위. 설마 그 부위겠느냐는 생각에 셰프님께 여쭤봤는데 맞다고 하셨다. 기름이 많은 부위이고 싱싱하지 않을 경우 잡내가 많이 날 수 있어서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고 하셨다. 나도 처음 먹어보는 꼬리살이었는데 안의 뼈까지 제거해서 입에 걸리는 것 하나없이 먹었고 살코기는 거의 없고 지방이 많은 부위였다. 때문에 바싹 구워서 기름이 잘 녹아있고 겉은 바삭해서 굉장히 맛있게 먹었다.

 

6. 날개

이날 가장 맛있었던 꼬치였다. 날개에서 얇은 뼈를 제거하고 살을 펼쳐서 구워주셨다. 껍질쪽을 굉장히 바삭하게 구워주셔서 식감과 기름맛이 너무 좋았다. 살에서는 육향이 진하게 느껴지고 질긴듯한 식감때문에 계속 씹을수록 육즙이 고소하게 퍼지면서 기름과 섞이는 조화가 완벽했던 한점이었다.

 

7. 아스파라거스

통통하고 실한 아스파라거스. 채즙과 짭조름한 양념이 조화로웠다. 크게 기억에 남지는 않았다.

 

8. 닭껍질

보통의 육계 닭껍질 야끼토리보다 껍질 자체가 두툼하다. 굉장히 뜨거울때 내어주시는데 겉의 바삭한 느낌보다는 닭껍질의 쫄깃한 느낌이 강하다. 육계였다면 굽는과정에서 이미 기름이 다 빠져서 바삭한 느낌만 남았을텐데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음식이 식는것을 싫어해서 이날도 모든 요리가 나오자마자 얼른 집어 삼켰는데 닭껍질은 반정도 남겨두고 식었을때의 바삭함을 즐겨보는 것도 괜찮을것 같다.(라고 다먹고 나서 생각했다.)

 

9. 츠쿠네(닭고기 완자)

마지막 야끼토리는 츠쿠네였다. 닭 다리살을 다져서 만든다고 한다. 함께 나오는 달걀 노른자 소스에 찍어먹으면 되는데 달걀이 굉장히 신선해보였다. 츠쿠네에 닭 연골을 함께 넣어서 만드는 경우도 있는데 이곳은 그런 스타일은 아니었다. 닭고기 살 맛이 진하게 나고 이미 양념이 되어있는 상태여서 소스를 찍으면 좀 과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큐민같은 향신료의 향이 지나가는 듯 했는데 때문에 뻔하지 않은 맛이어서 좋았다.

 

두번째 사케. 첫번째 병보다는 가볍고 깔끔한 느낌. 나쁘게 이야기하면 거의 무향 무미에 가까운 느낌이어서 이전 병이 훨씬 맛있었다.

 

10. 명란구이

사케를 한 병 더 마시려고 주문한 단품메뉴. 셰프님께서 추천해주셨는데 저염 명란을 사용해서 사케랑 잘 어울릴 것 같다고 하셨다. 저염 명란이어도 젓갈 특성상 염도가 어느정도 있기 때문에 사케보다는 맥주와 더 잘어울릴 것 같았다. 명란의 짠 맛과 젓갈향이 입안에서 맴돌고 사케로도 씻겨내려가지 않는 느낌이어서 술과의 조화는 좋지 않은듯 했다.

11. 근위(닭똥집)

서비스라며 내어주신 닭똥집. 사진에는 찍히지 않았는데 육즙이 줄줄 흐르고있었다. 역시 식기전에 입속으로 직행했는데 먹어본 그 어느 닭똥집보다 맛있었다. 이 친구는 육계 닭똥집이었는데 씹을 때 탱글하게 터지면서도 조직 자체는 일반적인 똥집보다 부드럽고 아삭하게 씹혔다. 부위 특성상 육향이 진하게 났는데 다른 양념이나 곁들인 채소 없이 조리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때문에 호불호는 있을 것 같았으나 내 경우는 완전히 호. 일본에서는 닭 간을 야끼토리로 먹기도 한다는데 우리나라는 냉장 닭 간은 법적으로 유통이 안된다고 한다. 그래서 똥집을 내어주신다고 하셨다.

 

12. 쇼유라멘

닭 뼈로 육수를 내셨을텐데 닭의 느낌은 많이 가려진 느낌이었다. 국물 자체는 묵직하고 맛있었는데 간이 조금 강해서 간장 향이 전체적인 맛을 지배한 느낌이 강하게 났다. 물론 국물까지 싹 다 마실만큼 맛은 좋았지만 조금 아쉬운면도 남았다.

 

13. 시소 소르베

디저트는 아주 깔끔하고 간결한 느낌이었다. 사과향이 약간 감돌면서 사이사이 박혀있는 시소향이 굉장히 좋았다. 시소를 단 음식과 함께 먹는다는게 상상이 잘 안됐는데 조화가 굉장히 좋았다.


보통 닭꼬치하면 길거리음식 또는 투다리 정도를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토리준, 야끼토리 묵 같이 이런 대중적인 음식을 '요리'의 경지까지 끌어올리는 곳들을 보면 흔히 먹어왔던 것들과 완전히 다른 경험을 하게된다. 이날 느낀 토리준의 느낌은 좋은 재료 자체의 맛을 강하게 끌어올리고 다른 맛을 가미하지 않고 가장 맛있는 상태로 조리하는데에 집중하는 느낌을 받았다. 보통은 육계를 사용하는 일반 오마카세를 먼저 먹어보고 토종닭을 요청한다고 하는데 본의 아니게 순서가 바뀌어서 육계와의 차이를 느끼기위해 조만간 방문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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