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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중식]독특한 컨셉의 퓨전 중식

가서 먹은것

by _dahmyam 2020. 8. 21.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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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연남동에 아주 핫한 중식당에 다녀왔다. '중식당'이라고 구분짓기에는 모호한 부분이 있지만 장르 자체는 중식이 확실한데, 이렇게 이야기하는 이유는 여러모로 잘 만들어진 중식을 낸다기 보다는 중식을 컨셉으로한 주점에 가까운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일정 주기별로 중국 영화를 가지고 그 스토리에 맞는 음식을 내면서 이야기를 함께 풀어나간다. 이때문에 '꿈속에서의 식사'라는 업장의 이름이 붙게 되었다고. 이곳의 대표님이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손님들과 함께 술도 한잔 씩 하면서 모두가 함께 어우러지는 굉장히 즐거운 식사였다.

 

본격적으로 이야기하기에 앞서 이곳은 음식 맛보다는 백주를 함께 곁들이면서 사장님과 함께 식사하는 분들과 분위기를 즐기는 것이 더 큰 즐거움이라고 이야기하고싶다. 음식이 아주 나빴던 것은 아니지만 음식 자체의 퀄리티보다는 영화와 음식의 스토리텔링과 즐거운 경험을 더 우선시 한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때문에 어색한 남녀가 단 둘이 가는 것은 아주 나쁜 선택이 될것 같다.)

 

홍대입구역에서 연트럴파크를 지나쳐서 10분정도 걸어올라가면 작은 식당이 보인다. 외관부터 중화권 느낌이 나는데 식사 시간을 안내하는 안내판이 상영시간표로 되어있다. 이곳의 컨셉이 드러나는 부분이었다.

방문했을 때의 이야기는 중경삼림이라는 영화였는데 홍콩이 배경인 영화여서 천장에 홍콩 전경 사진을 걸어뒀다고 하셨다.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중국중국하고 내부 인테리어부터 식기 하나하나까지 영화와 꼼꼼하게 관계를 맺고있었다. 영화 스토리에 따라서 식사가 진행되는데 그에 맞춰서 엽서처럼 사진을 한장씩 넘겨주신다. 엽서를 보고 음식을 먹으면서 술한잔 곁들이고 사장님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묘하게 빠져드는 느낌이 들었다.

 

코스는 A, B, C코스가 준비되어있다. 가격은 디너 C 9.5 / 디너 B 7.7 / 디너 A 5.0 스페셜런치 4.0 / 런치 2.5로 구성되어있고 이곳이 양이 좀 많다고 들어서 B코스로 주문하고 다녀왔다. 백주 페어링은 9품 페어링 4.0 / 7품 페어링 3.0 /5품 페어링 2.0으로 구성되어있다.

 

기본 세팅. 가운데 보이는 계단처럼 생긴 접시(?)가 에스컬레이터 모양을 본땄다고 하는데 영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한다. 그 맨 위에 보이는 꽃이 원래는 민들레여야하는데 수급이 어려워서 조화로 대체했다고..

 

1. 샐러드

영화에서 두명의 남자주인공 중 한명이 파인애플과 관련이 깊은데 이 샐러드의 드래싱이 치마장과 파인애플을 베이스로 한다. 새우, 닭가슴살, 루꼴라, 토마토와 아이스플랜트 등 다양한 채소가 들어가있다. 불긋하게 보이는 것이 핑크페퍼인데 맛이 다채롭고 입맛을 돋우기에 좋았다.

 

이날 백주 페어링은 5품으로 주문했는데 그중 첫번째 술. 5품은 첫 음식에는 술이 제공되지않고 두번째 음식부터 제공된다. 공부가주 자약이라는 술인데 올해 주류품평회 대상을 받은 술이라고 한다. 향은 연태고량주 처럼 과일향이 가장먼저 나고 뒤에 곡물향이 짙게 남는다.

 

2. 딤섬

이날 가장 맛있었던 코스. 맨위아래에 하가우가 있고 블랙빈 소스에 조린 전복이 올라간 부추관자 딤섬이 나온다. 마라소스를 얹었다고하는데 크게 맛을 좌우하는 정도는 아니었고 하가우 피가 쫀득하고 관자소와 새우소가 각각 들어가있는 하가우였는데 관자가 특히 부드럽고 맛도 관자 단맛도 좋았다. 부추 관자 딤섬은 딤섬 자체는 무난한 맛이었는데 전복이 사이즈는 좀 작아도 부드럽게 조리돼서 맛있게 먹었다. 소스는 흑식초가 들어가있는것 같았는데 흑식초를 워낙 좋아해서 굉장히 좋았다.

 

두번째 백주였던 펀주. 공부가주 보다는 조금 가벼운 느낌이었다.(사실 백주 경험이 많지 않아서 다 맛있고 좋았던 기억뿐..)

 

중간에 안주 겸 먹으라며 내어주신 캐슈넛. 소보루처럼 양념이 묻어있었는데 고소하면서 달큰한 맛이었다. 코스요리다보니 음식들 사이에 시간이 뜨는 경우가 종종있는데 술도 안주도 있어서 그 시간이 지루하지는 않았다.

 

3. 연두부튀김 소고기 공심채 XO소스 볶음

딤섬과 함께 가장 맛있게 먹었던 음식. 연두부를 튀겨냈는데 그 부드러운 연두부를 어떻게 모양을 저렇게 살려서 튀겨냈는지 겉면은 약간 쫄깃한 식감이되고 속은 촉촉한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었다. 슴슴한 두부와 짭조름한 고기 볶음이 굉장히 잘어울렸다.

 

4. 매쉬드 포테이토, 토마토 달걀볶음

매쉬드 포테이토와 달걀볶음위에 토마토 소스로 마무리한 음식. 크게 임팩트 있는 맛은 아니었다. 달걀볶음에 초당옥수수가 들어갔는데 중간중간 씹히는 식감과 단맛이 맛있었던 기억.

 

세번째 백주였던 치파오주. 원래 이름이 흑토지주 인데 병 모양때문에 치파오주라고 한단다. 이때부터는 술 맛이 기억은 안나서 패스.

 

5. 동파육과 만가닥버섯 바오번

포션으로 보나 뭘로보나 메인급이라고 생각되는데 가장 실망스러웠던 음식. 일단 동파육이 너무 퍽퍽했고 건조했다. 조리 시간은 충분했는지 살결이 찢기는 느낌이나 부드러운 정도는 나쁘지 않았는데 수분감이 너무 없으면서 동파육 특유의 강한 간때문에 먹기 힘들었는데 홍콩식이라면서 올려주신 씨리얼은 그 퍽퍽함을 배가시켰다. 반은 바오번이랑 같이 먹으라고 하셨는데 바오번과 버섯 볶음을 같이먹었을때는 조금 나았지만 '메인'이라고 생각하기엔 많이 부족한 접시였다.

 

6. 트러플 감자튀김과 수란

개인적으로 감자튀김을 별로 안좋아해서 크게 기억에 남지는 않는다. 트러플 향도 거의 느껴지지 않았고. 메뉴사이를 스쳐가는 느낌.

7. 칠리 몽골리안 비프

칠리의 느낌이 강하지는 않았고 짭조름하고 이국적인 맛이 가미된 불고기 느낌이었다. 계단모양의 접시에 아래애서부터 깨, 화자오, 큐민이 올라가있는데 한가지씩 찍어먹었을때 같이 섞이는 향이 굉장히 좋았다.

 

마지막 백주였던 장군왕. 이날 마셨던 술 중 가장 좋은 술이라고 했던것 같은데, 역시 기억이 잘 안나므로 패스.

 

8. 토마토면

끝으로 식사가 나왔다. 옥수수면을 사용한 토마토면이라고 하는데 홍콩에서 주로 라면으로 많이 먹는 메뉴다. 이곳은 고기완자와 베이컨 같은 햄이 얇게 썰려서 들어가있었는데 식감이 쫀득하고 좋았다. 국물? 소스?는 토마토 베이스에 매콤한맛이 뒤따라오는데 아라비아따 소스 느낌이 있다. 옥수수면이 굉장히 쫄깃하고 술도 꽤 마신 상태였는데 마무리하기에 괜찮은 느낌이었다.

9. 디저트

자바이오네 소스를 깔고 싱싱한 과일을 올렸다. 과일은 평범했고 소스가 처음먹어보는 소스였는데 강하지 않은 단맛에 뭔지 모를 풍미가 깊어서 과일과 잘 어울렸다. 디저트 통 뚜껑에 '유통기한 만년'이라고 적혀있었는데 영화에서 나오는 대사와 관련있는 디테일까지 재미있었다.


'중식'을 생각하고 방문하면 음식 스타일에서부터 조금 괴리가 있어서 실망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다른 후기들도 보면 퓨전 또는 모던 중식이라는 표현을 많이 사용하는데 먹어보면 중식을 베이스로한 것을 알 수 있는데 익숙한 중식들은 아니어서 그런것 같았다. 테이블에서는 이야기와 함께 술 페어링이 진행되고 주방에서는 음식을 계속 만드는데 두 과정이 원활하게 진행되는 느낌은 아니었다. 음식들이 대부분 조금씩 식어서 나왔는데 중식에서는 조금 큰 단점이지 않나 싶었다. 하지만 식사에서의 경험 자체만 놓고 보면 충분히 즐겁게 식사할 수 있도록 페어링과 여러가지 장치들을 해둬서 또 방문하고 싶은 곳임에는 틀림없었다. 즐겁게 여러사람들과 함께하는 술자리를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자신있게 추천하고싶은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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