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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지음] 한식 다이닝에서 한 어느 한국인의 반성

가서 먹은것

by _dahmyam 2021. 7. 7.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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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온지 벌써 3개월이 지났지만 미루던 포스팅을 해보려고한다. '스시먹고 싶다'를 입에 달고 살며 직장 동료, 친한 친구들과의 술자리는 중식으로 하길 즐기고 특별한 날에는 양식 다이닝에 돈을 쓰는 내가 하는 최소한의 고해성사.
한국 외식산업의 최첨단이라고 할 수 있는 서울에서 '한식'의 존재는 희미하기만 하다. 한식이 절대선은 아닐지라도 한국인으로서 한식의 지위가 흔들리는 것 처럼 보이는 현실은 안타깝다. 나부터도 한식에 자주 다가가려고 노력하지 않으니 할 말은 더 없지만.


온지음은 우리 전통문화를 계승하고 현대에 맞게 풀어내는 것을 목표로 한 한국 문화 '공방'이라고 한다. 의식주를 각각 옷, 맛, 집 공방으로 나누어 연구한다. 그 중 맛 공방이 가장 유명한 것 같은데, 연구를 넘어서 레스토랑을 통해 직접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외관이 굉장히 깔끔한 건물을 통으로 사용한다. 레스토랑은 4층인데 경복궁이 내려다 보이는 고궁 뷰도 좋다.

사진은 별로다..

온지음은 매월 메뉴가 바뀐다고 하는데 이날은 메뉴에서부터 봄이 느껴졌다.


식사 시작!

1. 주전부리
양식으로 따지면 아뮤즈부쉬 개념인것 같았다. 기억나는대로 적어보면. 민어가루를 묻힌 유과, 육포, 곶감, 멸치, 쑥떡, 가죽나물 튀각이 나온다. 전체적으로 맛이 가벼우면서 은은한 감칠맛이 좋았고 다양한 식감들이 입맛을 돋우기 좋았다. 육포가 유난히 맛있었는데 맥주생각이 간절해지는 맛이었다.

2. 패주방풍죽
조개 관자와 방풍나물이 들어간 흰 죽. 간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슴슴한 맛이 특징이었고 미나리같은 향채의 맛이 기분좋게 났다.

3. 복어회
고급 생선이라고 알고는 있었지만 접할 기회가 없었던 생선이어서 반가운 마음으로 먹었다. 구성은 모듬회와 흡사했다. 참복, 줄전갱이, 문어가 나왔다. 줄전갱이는 특유의 기름진 맛이 좀 부족했고 문어는 쫄깃한 식감과 함께 곁들여 먹는 채소의 향과 맛이 괜찮았다. 복어회의 경우는 익숙하지 않은 탓인지 딱히 감칠맛이나 식감의 측면에서 특별함이 없어보였다. 좋게 말하면 아주 깔끔한 맛이었지만 인상깊은 맛은 아니었다.

4. 대하육즙냉채
연달아서 깔끔하고 담백한 음식들이었다.(솔직히 적응은 잘 안된다.) '육즙'냉채라고 명명한게 인상적인데 소고기 육즙을 소스에 사용했다고 한다. 이름만큼 육고기의 감칠맛이 느껴지진 않았지만 재료 하나하나의 퀄리티가 굉장히 좋았다. 한식 일식, 중식 냉채와는 확연히 다른 색깔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5. 금태선
금태를 이렇게? 하는 생각이 들게하는 메뉴였다. 기름기가 부족했던 것도 아닌데 맛이 굉장히 깔끔했다. '선'은 주 재료에 소를 넣어 채우고 쪄내는 음식이라고 한다. 칼집낸 곳에 새우살, 애호박, 양파로 소를 채워넣고 아래엔 밥을 깔았다. 멸치 육수 국물을 함께 냈는데 멸치 군내 하나없이 깔끔한 맛이 었다. 일식에서 많이 쓰는 생선인데 대부분 기름맛을 부각하는 방식으로 많이 먹었던 것과 대비돼서 더 인상적인 메뉴였다.

6. 쑥콩전
콩 반죽을 베이스로 하고 쑥을 함께 넣어 부친 전이었다. 정규 코스에는 없는 메뉴였는데 거의 한두가지 정도의 서비스는 항상 나온다고 한다. 함께 곁들인 절임은 전호 나물. 식감이 좋았고 느끼할 수 있는 전과 밸런스를 잘 맞춘 맛이었다.

7. 꽃게찜
게딱지에 내장과 여러가지 재료를 버무린 소를 가득채워서 쪄낸 메뉴. 갑각류 중독자로서 예상치 못한 행복에 호들갑을 떨었던 기억이 난다. 방아잎이 들어간게 인상적이었는데 꽃게는 그 살과 내장의 감칠맛을 해치는 것은 용서할 수 없었기 때문에 조금 아쉬운 느낌이었다. 방아잎의 향을 처음 느껴봤는데 그 자체는 굉장히 좋았으나 '꽃게'와의 조화는.. 약간 갸우뚱하게 하는 메뉴였다.

8. 두릅적누르미
양념한 소고기 채끝을 구워낸 후 두릅을 말아서 낸 메뉴. 위에는 밤을 갈아서 올렸다. 두릅향이 좋았고 굉장히 좋은 채끝을 사용한 것이 느껴졌다. 육향도 좋고 감칠맛도 굉장했다. 이 좋은 고기를 양념해서 구웠다는게 안타까웠을 정도. '요리'로서의 완성도에는 불만이 없었으나 더 많이 먹고싶었을 따름.

9. 봄나물비빔밥
일반적으로 접할 수 있는 채소들(고사리, 애호박 등) 외에도 원추리 나물, 취나물, 오가피순 등 다소 낯선 나물들이 들어간 비빔밥이었다. 재료를 잘게 다진 것은 옛 반가에서 먹는 방식이었다고 하는데 어르신들이 먹기 편하게 하기위함이라고 한다. 고기와 갖은 재료를 넣고 오래 중탕한 된장을 사용해서 양념했고 재료 설명 후 주방에서 비벼 각자 식사할 수 있도록 내어주신다.


김치 한가지(재료가 생각이 안남..)와 어리굴젓, 국은 아욱된장국이 나온다. 들어간 재료에 비해 평범한 맛이었는데 굉장히 편안하게 먹을 수 있는 느낌이었고 정갈하고 깔끔한 맛이 인상적이었다. 간이 슴슴한게 특징이었다. 어리굴젓에서는 톡쏘는 맛과 약간의 산미가 났는데 일반적으로 먹던 어리굴젓과는 달라서 인상깊었다.

10. 수라향
후식은 두가지가 나오는데 그중 첫번째. 제주산 수라향으로 만든 젤리와 오미자 갈수빙수가 나왔다. 양식 다이닝이나 스시 오마카세에서 가끔 입에 너무 끈적하게 남는 단맛의 디저트들이 식사 마지막을 찝찝하게 하는 경우가 있는데 굉장히 가벼운 단맛과 신맛이 기분좋은 후식이었다. '갈수'라는 이름이 생소해서 찾아봤는데 식혜, 수정과처럼 전통 한식 음료의 한 종류라고 한다. 오미자의 새콤한 맛을 베이스로 입가심하기 참 좋은 후식이었다.

11.다과
구성은 흑임자 다식, 도라지 정과, 집청(생각 시럽?느낌) 카스테라. 차와 함께 나오는데 나는 도라지 우엉차를 선택했다. 흑임자 다식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살짝 발라놓은 검은 소스(?)에서 초콜릿느낌이 났는데 흑임자 풍미가 굉장히 진한데도 삼키고 나면 입에 남는 것 없이 깔끔한 느낌이었다. 도라지를 워낙 좋아해서 정과도 맛있게 먹었고 카스테라 역시 가벼운 단맛이 참 좋았다.

내가 얼마나 한식을 잘 몰랐는지 알게된 식사였다. 선, 누르미, 다식, 갈수 등 현대 한식에서는 접하기 힘든 조리법들에서 오는 이질적인 경험이 신선했다. 솔직히 식사가 딱 끝난 후의 느낌은 처음 평양냉면을 먹고 나왔을 때와 비슷했다. 간이 슴슴하고 임팩트있는 감칠맛을 내는 코스가 좀 약하다는데에서 이 식사에서 '지금 내가 느껴야하는 감정이 뭐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인이 한식 코스를 경험하는 내내 '새로움'을 느낀데에 약간의 부끄러움도 느꼈다. 다른 모던 한식들과 다르게 조금 더 전통방식을 고수한다는 측면에서 앞으로 더 많이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다른 한식다이닝에 대한 호기심도 함께 키운 시간이었다.

몸 상태가 온전치 못한 상태여서 전통주 페어링을 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짙게 남았는데 5월달 재방문을 다짐하면서 나왔지만 벌써 7월.. 그동안 다녀온 곳들에 대한 포스팅 이후에 다시 생각해봐야겠다.

예뻤던 공간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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