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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곁] 한식의 재해석. 송리단길 전통주/한식 다이닝 바.

가서 먹은것

by _dahmyam 2023. 2. 24.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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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 둘러보다 발견한 귀한 곳. 일식, 중식을 워낙 좋아하다보니 꼴에 Foodie라는 놈이 한식에는 늘 소홀해져서 아예 '한식'을 장르적 아이덴티티로 가져가는 업장이 있으면 늘 반갑다. 거기에 전통주까지 메인 주류로 내어준다? 이건 못참지. 요리 하나하나가 디테일이 살아있고 아주 한국적인 요소들을 굉장히 현대적으로 잘 풀어낸 곳이었다.


사람이 참 많았던 토요일 저녁에 송리단길에 방문했는데 처음에는 자리가 없어 한참 웨이팅을 해야한다는 이야길 듣고 시무룩했다가 10분? 정도 후에 자리가 났다는 연락을 주셨다. 바로 달려가서 착석.

 

참 좋았던 요소 중 하나가 웰컴 드링크로 전통주를 내어주신다는 것. 내가 방문했을 때는 단감으로 만든 와인. 강하지 않은 산미와 은은한 단맛이 참 좋았다. 입맛 돋우는 식전주로 딱.

 

곁들임 찬? 기본안주? 느낌으로 주시는 궁채장아찌. 아삭, 오독한 식감에 간장 감칠맛과 위에 올린 참기름 가루가 고소해서 이것만 가지고도 막걸리 쭉쭉 먹히는 맛이었다.

 

음식을 먼저 주문하고.

 

소주, 청주, 막걸리, 과하주 등 장르를 선택하면 음식과 잘 어울리는 아이로 음식과 페어링 해주신다. 원래는 주류 메뉴판이 있었던 것 같은데 어차피 사람들 잘 모르고 추천해달라고 하니까 시스템을 바꾸신 듯. 평소에는 막걸리 안 좋아하지만 이 날은 뭔가 막걸리가 당겨서 막걸리로 주문. 세 가지 정도 제안해 주시고 그 중 하나를 선택했다. 위 사진 왼쪽의 단호박 막걸린데 고소한 맛이 아주 좋았다.

 

이제 음식. 

 

1. 육회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메뉴는 아니지만 이 곳의 한식고수 아우라가 궁금해서 주문. 된장 베이스의 소스로 기억하는데 기억이 가물가물. 된장 캐릭터가 아주 뚜렷한 느낌은 아니었다. 잡내 아예 없는 깨끗한 고기맛과 각종 곁들임이 좋았다. 참기름 가루, 감태부각, 단감피클, 염장 달걀노른자 등 아주 한국적이지만 창의적인 요리법이 굉장히 재미있다. 식감, 맛의 밸런스 모두 아주 좋았던 메뉴.

 

2. 궁채만두
만두는 못 참겠어서 궁채가 뭔지도 모르고 그냥 주문. 한식에서 느끼는 매력은 이런 음식에서 가장 크게 느낄 수 있지 않나 싶었다. 궁채가 절인 배추라는 뜻이라고 하셨는데 만두소를 배추안에 넣고 만두 형태로 잡고 버섯과 타임을 우려낸 국물을 부어주신다. 엣지가 아주 뾰족한 맛은 아니었지만 슴슴하게 아주 편안한 맛이었다. 만두소에서 고기맛도 뚜렷하게 나고 밀가루 피가 아니어서 든든하지만 불편하지 않았다. 현미 칩으로 바삭하게 식감까지 잡아서 밸런스가 너무 좋았던 메뉴.

 

3. 수구래 막국수
먹었던 음식중에 유일하게 호불호가 갈릴 것 같은 메뉴. 김장아찌와 들기름으로 버무린 카펠리니는 뭐 나무랄데 없이 너무 매력적인 면요리였는데 수구래 구이?볶음?은 그 특유의 냄새가 있어서 아주 대중적이지는 않았다. 솔직히 잘 어울리는지도 모르겠고. 개인적으로는 처음 먹어보는 식재료여서 아.. 이런 맛이구나 하는 느낌으로 나쁘지 않게 먹었는데 이게 잘 어울리는 조합인가 하는 질문에는 물음표가 남았다.


여기서부터는 두번째 방문

음식을 주문해두고 주류 추천부터 받았는데 이날은 고구마 소주로 시작. 일본의 이모쇼추도 우리나라의 고구마소주도 모두 좋아하는데이날 마신 필이라는 이름의 고구마 소주는 내 취향은 아니었다. 특유의 향이 굉장히 심하게 튀는 느낌이어서 음식과 페어링하기 좋은 술은 아닌 것 같았다. 맨 왼쪽의 필, 맨 오른쪽의 모리 각 한 병씩 마심.

 

4. 돼지갈비
'재해석'이라는 관점에서는 가장 인상깊었던 메뉴. 접시단위로 음식이 서브되는 바에서 갈비가 어떤 형태로 나올지 궁금했는데 꽤나 맛있게 먹었다. 사과를 크림형태로 만든 소스와 연하게 양념된 고기의 조화가 좋았고 고기 익힘도 수비드를 했는지 아주 부드러웠다. 곁들임으로 나온 마늘종?도 피클 형태로 나왔는데 식감도 간도 아주 좋았다. 다만 디테일들이 조금 아쉬웠는데 핑크페퍼가 향이 세서 조금 덜 들어갔다면 좋았을 것 같고, 플레이팅에 시간이 좀 오래걸리는지 음식이 많이 식은 상태로 서브돼서 아쉬웠다.

 

5. 감자전
직관적으로 맛있다! 하는 느낌이 바로 드는 음식이었다. 찐득한 형태로 반죽해서 감자전을 구워내고 그 위에 베이컨잼과 치폴레마요 소스를 뿌린 후 치즈까지. 그냥 조합만 들어도 입에 침이 고인다. 베이컨 잼과 치폴레마요 소스 조합이 미친 조합이었는데 단짠 조합의 베이컨잼과 치폴레소스에서 나는 훈연(아마 파프리카?)향이 굉장히 잘 어울렸다. 이것만 시켜놓고 막걸리 부어도 너무 좋을 듯.

 

6. 두부선
선이라는 조리법이 궁금해서 주문해본 메뉴. 재료 향을 살려 쪄내는 요리로 알고 있는데 차가운 형태로 나왔다. 두부선 자체는 미리 조리해두고 내어주시고 소스나 기타 장치들만 바로바로 얹어서 만드는 형태. 두부선 자체의 맛이나 향이 강하지 않아서 위에 올라가는 자몽과육의 향이 지배적이다. 새콤쌉싸름 한데 조금 달큰한 약주나 청주가 잘 어울릴 것 같았다. 처빌, 자몽, 두부선의 속재료, 닭육수 폼 등 한식 플레이트에서 이렇게 향이 풍부한 형태의 음식을 처음 만나봐서 반가운 음식이었다.


플레이팅이나 음식 맛으로 보면 꽤나 괜찮은 와인바를 떠올리게 해서 한식으로 이렇게 할 수 있구나 하는 감탄을 느끼게 했던 음식들이었다. 슴슴한 간, 모난데 없이 무난한 향, 소화하기 편안한 식재료와 조리법이 한식이 가지고있는 원래의 캐릭터들이 참 좋은 곳이었다. 한편으로는 양식이나 중식, 일식이 가지고있는 선명한 엣지의 간(염도), 강렬한 향과 같은 요소들이 술을 막 당기게하는 요소들과 정반대의 캐릭터를 가지고 있어서 한식을 장르적 아이덴티티로 가지고있는 업장들이 치고나가지 못하는 요소인데에는 딜레마가 있어보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꿋꿋하게 그리고 심지어는 아주 잘 해나가고 있으신 사장님이 참 멋있어보였다. 가끔은 혼자 방문해서 사장님과 이야기하면서 한 잔 기울이고 싶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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