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대구, 경주, 포항 같은 경상도 도시들은 꽤나 갈 일이 있어서 몇 차례 경험이 있는데 조금씩은 아쉬운 점이 있었다. 아무래도 산업화가 더 오래 전 부터 많이 진행된터라 사실상 서울이랑 뭐 별 다른 점도 못 느끼겠고 음식도 지역마다 유명한 것들이 있다고는 하나 이거 서울에도 있을거 같은데.. 싶은 마음이 크게 들었다. 그래서 전라도 도시, 음식들에 대한 막연한 환상 같은게 있는데 그 중 마음속에 크게 자리잡고 있었던 것이 광주의 오리탕. 원래 들깨에 미쳐있는 터라 들깨 넣으면 뭐든 다 맛있게 잘 먹는데 군자에 있다는 영미 오리탕에서 그 환상이라는 게 폭발해버렸다.
지역 음식들 중에서는 나름 인지도가 크게 있는 브랜드라면 브랜드인데 서울, 그중에서도 왜 하필 군자의 구석이었을까 싶은 곳에 위치해 있다.
가게 이름이 이미 오리탕이라 다른 메뉴는 상상도 안 해봤는데 구이류도 판매하고 있다. 그러거나 말거나 일단 오리탕(한 마리) 주문.
비주얼은 투박한 편인데 안에 숨어있는 오리고기, 들깨 가득한 국물, 푸릇한 미나리가 전부. 뚝배기에 나와서 사진상 크기가 좀 작아보이고 가늠이 좀 안되는데 점심에 성인 네 명이 충분히 먹을 정도는 됐다.
오리탕 하면 사실 오리 냄새 안 나고 국물만 찐하면 되는데 일단 고기는 아주 푹 잘 삶아져서 훌훌 떨어지는 정도로 부드럽다. 탕으로 끓이면 오리 가슴살이 간혹 질긴 경우가 있는데 결대로 술술술 부서질 정도로 아주 부드럽다. 다리살은 뭐 말할 것도 없고. 오리는 개체 자체가 크기 때문에 닭에서는 잘 먹지 않는 목살 같은 부위도 먹을 게 많다.
그리고 국물. 이 국물이 미쳤다. 일행 모두 살보다는 국물과 미나리를 먹으면서 크.. 흐어.. 와..를 남발하면서 먹었다. 솔직한 얘기로 살 없이 국물이랑 미나리만 팔아도 잘 팔릴듯. 냄새 안 나게 잘 삶아둔 오리 육수에 들깨가 거의 1:1로 들어가있는 느낌이다. 여기서 오는 감칠맛과 묵직한 바디감이 아침 11시여도 소주 한 병을.. 부르는....
국물 간이 좀 약한 편인데 그래서 부담없이 계속 먹을 수 있기도 하지만 좀 심심한 느낌이 없지는 않다. 이때 킥이 되어주는 게 들깨, 초장 소스. 새콤 매콤하면서도 들깨맛이 또 추가된 그 맛이 정점을 찍는 느낌을 준다.
워낙 유명한 집이라 한 쪽에 유명인들의 사인들이 가득.
너무 궁금한 곳이었는데 궁금증을 해소함과 동시에 해장을 함과 동시에 다시 취해버리는 묘한 경험을 하고 온 날이었다. 성시경님의 맛집을 열심히 보고있는데 그 중 유일하게 영상을 제대로 못 본 곳이었는데 너무 즐거운 식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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