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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브레메사] 지루함과 여유 사이의 스페니쉬 퀴진

가서 먹은것

by _dahmyam 2020. 10. 20.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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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꼬라에서 스페인 다이닝을 처음 경험하고 굉장히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어서 다시 스페니쉬 퀴진에 다녀왔다. 뒤에 자세히 이야기 하겠지만 한국 정서와 맞지 않는 부분이 좀 많은 듯 하고 업장 내부는 조용하고 쾌적했지만 서비스가 어딘가 어수선한 느낌이었다.

 

상가 건물 2층에 위치해있어서 외관은 따로 사진을 찍어두지 않았다. 내부는 쾌적하고 테이블 간격도 넓어서 조용히 식사하기 좋을 것 같다.

 

냅킨과 메뉴가 기본 세팅되어있다. 메뉴판을 펼치기 전에 업장 이름인 '소브레메사'의 뜻에 대한 안내가 되어있는데 이것을 너무 얕잡아보고 한없이 코스를 기다려야하는 고통을 겪어야만했다. 음식 이야기를 하기 전에 이곳의 원래 스타일인지 이날 타이밍이 안 좋았던 것인지 코스사이의 텀이 너무 길어서 중간에 기다리는 시간이 힘들만큼 식사가 오래걸렸다. 12시 약속에 30분을 늦게 도착했는데도 첫번째 메뉴는 도착한지 15분이 넘게 지난 후에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식사가 끝난 시간은 3시 40분이었는데 실제로 스페인에서 이렇게 식사를 한다고는 하나 한국에서 영업하는 업장인데 이렇게 까지 해야하는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날 우리는 셰프 스페셜 코스(11만원)를 주문했고 식사가 시작됐다.

 

1. 채소 볶음과 전복요리

채소 볶음의 스페인 이름을 설명해 주셨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래 깔려있는게 채소 볶음이고 토핑처럼 얹혀있는 것이 전복요리(에스카베체). 아래 깔려있는 채소는 양파가 베이스인 것 같았다. 오래 조리해서 입안에서 완전히 풀어지는 식감이었고 때문에 감칠맛이 굉장히 좋았다.

 

2. 파프리카와 푸아그라

푸아그라를 퓌레 형태로 조리하고 파프리카도 아주 부드럽게 조리한 음식. 아래 비스킷이 깔려있어서 한번에 잘라서 먹으면 된다. 파프리카는 특유의 향과 달큰한 맛만 남은 상태로 조리되었고 푸아그라는 지방의 풍미가 은은하게 전해져서 부담스럽지 않고 좋았다.

 

3. 감바스 알 아히오

흔히 한국에서 감바스라고 일컫는 음식. 감바스와 아히오는 각각 새우와 마늘의 스페인어 표현이다. 자주 보던 감바스 알아히오와 비주얼이 많이 달랐는데 새우 스톡 소스를 따로 내고 새우는 먹기 좋은 사이즈로 잘라서 서빙된다. 새우를 조리한 기름과 새우 육수를 에멀젼한 소스가 아닐까 생각했다. 접시에 흩뿌려진 것이 블랙 썸머 트러플인데 셰프가 직접 주방에서 나와 추가여부를 묻고 서비스 해준다. 때문에 음식을 먹는 타이밍이 너무 늦어져서인지 음식이 많이 식어있었다. 트러플 향도 약했고 비린 맛이 약간 올라오는 듯 해서 많이 아쉬웠다.

 

4. 대구

파인 다이닝 경험이 짧은 나에겐 완전히 새로운 형식의 생선요리였다. 수비드를 했는지 생선 살 자체가 굉장히 부드러웠는데 함께 올라간 파프리카의 단맛과 조화도 좋았다. 윗쪽에 매시드 포테이토 처럼 보이는 것이 대구 무스인데 감자와 대구 살을 함께 무스형태로 조리했다. 감자의 포근한 식감과 향, 대구 살의 담백한 맛이 조화로웠다.

 

5. 먹물 빠에야(피데와)

모스꼬라와 비슷하게 빠에야는 직관적으로 '맛있다!'하는 느낌이 강하게 온다. 지금까지의 음식들이 맛을 찾아야했다면 빠에야는 선명하게 어떤맛인지가 느껴졌다. 빠에야는 보통 쌀로하는 것이 익숙한데 이날은 피데와라는 파스타를 사용한 빠에야였다. 바르셀로나 북부에서 많이 쓴다고 한다. 파스타가 아주 적절히 익어있어서 식감이 굉장히 좋았고 먹물 소스 감칠맛, 위에 올라간 아이올리 소스와의 조화도 좋았다. 일행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며 먹었던 음식.

 

6. 소르베

메인 코스 전에 입가심으로 소르베가 나온다. 디저트가 벌써?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프렌치나 이탈리안도 풀코스 정찬에는 가끔 나오기도 한다고한다. 모히또느낌의 소르베였는데 은은한 단맛에 애플민트 향이 굉장히 강했다. '입가심'이 어떤건지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던 코스였다.

 

7. 이베리코 돼지(돼지 안심 스테이크)

이날의 메인이자 베스트. 메인이 돼지고기여서 가격대비 좀 아쉬운 느낌이 음식 나오기 전부터 있었는데 그 생각을 완전히 깨부순 코스였다. 일단 베요타 등급(이베리코 돼지 중 최상급)을 사용한다고 하는데 육질이 부드러우면서도 맛이 굉장히 담백했다. 이베리코 돼지고기는 목살을 비롯해서 특유의 지방에서 나오는 풍미를 즐길 수 있는 부위들을 주로 먹었는데 살코기 위주의 부위도 육향도 좋고 수분감도 좋고 굉장히 맛있게 먹었다. 굽기도 좋았고 소스 형태로 함께 나온 단호박 퓌레, 사과 절임, 샬롯구이 모두 조화가 완벽했다.

 

8. 디저트

디저트가 나올때 즈음 3시가 넘어가고 있었는데 개별 음식들의 양이 넉넉한 편은 아니어서 마지막 하나정도 디쉬가 더 있을 줄 알았는데 디저트 식기가 준비되어서 일행 모두가 당황했다. 핑크색이 딸기 무스, 주황색이 패션프루트 무스, 아이보리 색이 무슨 아이스크림이었다. 디저트도 완성도가 굉장히 높았는데 중간중간 비스킷이 식감도 잡아주고 적당한 단맛에 지루하지 않게 식사를 마무리 할 수 있었다.

 

9. 차와 스위트

디저트 이후에 차로 식사가 마무리된다. 커피와 얼그레이티 중 선택 가능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스위트는 평범한 쿠키들이 제공된다.

 

 

이날 마신 이름 모를 샴페인.


글을 다 써놓고 보니 각각의 음식 자체는 다 맛있었던 것 같다. 다녀온지 10일 정도 지난 것 같은데 사진과 당시의 메모를 뒤져보니 음식들은 다 괜찮았다. 다만 한국인 정서에 도저히 맞지않는 식사시간. 이게 너무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해서 안좋은 인상으로 남아있는 것 같다. 음식 양도 너무 부족했는데 점심식사로도 허한 느낌이 있었는데 같은 코스를 저녁으로 주문했을 때는 더 많이 허할 것 같았다. 식사 시간으로 보면 저녁에 와서 와인을 여러병 마시면서 여유롭게 식사한다면 괜찮을 것 같다.. 싶다가도 3시간 반을? 이라고 생각하면 다시 고개가 절레절레 저어진다. 정리하자면 음식맛은 상당히 만족스러웠지만 그 외의 것들이 안좋은 인상을 더 많이 남기는 곳이었다. 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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