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일본인데, 일본 여행을 가는데! 오마카세 스시 한 번은 먹고싶어서 일본에 오래 살다온 지인에게 유명 스시야(란마루, 토미도코로) 예약을 부탁했으나 전화도 안 받아서 더이상의 민폐를 견딜 수 없어 인터넷으로 예약할 수 있는 곳을 찾은 결과 예산에 맞추다보니 한 스시야를 예약해서 다녀왔다.
Sushi Sakamoto · 일본 〒104-0061 Tokyo, Chuo City, Ginza, 5 Chome−4−14 国松ビル 地下1階
★★★★☆ · 스시/초밥집
www.google.co.kr
Top Fine Dining Restaurants' Reservation Service in Jap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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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cket Concierge | A reservation service for high-end restaura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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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두 사이트에서 인터넷으로 예약이 가능하니 예약 가능한 업장, 후기를 잘 참고해서 다녀오시기를! 사실 사카모토는 예산 상황 맞춰서 아무데나 예약했는데 여행 뽕에 취해서인지 꽤나 만족스러웠던 식사였다.
낮에는 눈이 와서 꽤나 운치있던 날이었다. 한 10분전쯤 도착했는데 노렌이 내려와있어서 바로 입장.
내부는 8석 정도의 아주 작은 업장이었고 굉장히 깔끔했다. 타이쇼(셰프님) 한 분과 홀에서 주류, 음료, 뒷주방 음식을 내어주시는 서버 한 분이 운영중이셨다. 이미 손님이 앉아있던터라 내부 사진은 못찍었다.
앉으면 거의 바로 음식을 내어주시는데 일행들과 츠마미, 니기리 어쩌고 이야길 하니까 셰프님이 '노 츠마미, 온리 스시'라시며 ㅋㅋㅋㅋ 런치에는 12,100엔에 니기리 15피스짜리 코스로 진행된다.(포켓컨시어지에는 12,100엔/15피스 옵션밖에 없었는데 현장에서 보니 더 다양한게 있었다. 미리 문의해서 예약하는 것도 방법일 듯.)
1. 미역
데친 미역에 간장소스를 뿌려서 나온다. 한국에도 있을 맛인데 왠지모르게 너무 맛있게 먹었다. 소스 감칠맛도 좋았고 미역도 비리지 않고 고소한게 다 먹어버리지 않고 두고두고 술 안주해가면서 먹었다.
미역을 내어주신 후 곧바로 니기리 준비를 하시는데 생선들 때깔이 너무 좋았다. 한국도 일식을 워낙 잘 하니 '요리'에서는 큰 차이까지는 없지만 원물 퀄리티에서 오는 차이는 어쩔 수 없다는 걸 많이 느꼈 다.(요리도 한국화된 간 등의 차이는 분명히 있지만)
2. 흰꼴뚜기
깔끔한 단맛과 찐득한 식감 때문에 샤리와 참 잘 어울리는 네타라 굉장히 좋아하는데 첫 점으로 나와서 반갑고 신기했다. 씹으면 찐득하게 남는 느낌이 있어서 보통 코스 중반부에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오징어 특유의 쩐내? 꿈꿈한 맛?이 없이 아주 깔끔하고 달큰해서 좋았다.
3. 광어
유일하게 좀 별로였던 피스. 숙성이 너무 안 돼있어서 한국에서 활어회 먹을 때 처럼 질겅질겅한 느낌이 있었다. 살 맛 자체도 크게 인상깊지 않았고 샤리 씹어서 다 삼킨 다음에도 생선만 입에 남아있어서 아쉬웠던 피스.
4. 쥐치
니기리로는 처음 먹어보는 네타였다. 뭔가 간처럼 생긴걸 먼저 손질하시고 생선을 잘라두셔서 뭔가 했더니 '카와하기 데스'하시면서 내어주셨다. 생선 간은 뭐가됐든 다 좋아하는데 이걸 생으로 먹으니 비린내는 아닌데 뭔가 뒤에 남는 향이 있어서 갸우뚱 하긴 했는데 이게 원래 쥐치 간 맛일 수도 있고.. 그래도 크리미한 기름 맛은 좋았다. 생선 살 자체에 큰 맛이 있는 생선은 아니라 무난했던 피스.
5. 게르치
한국 스시야에서도 가끔 금태 대신 기름 뿜뿜한 네타로 쓰거나 구이로 많이 쓰는 생선인데 이렇게 생으로 니기리 형태는 처음이었다. 생선 감칠맛 자체가 뛰어나지는 않아서 그냥 기름칠 하는 느낌으로 먹었던 기억.
6. 금눈돔
이날 코스는 사실 여기서부터 시작이었다. 고급네타가 여기서부터 시작이기도 했고 그냥 다 맛있었다. 전날 이자카야에서도 금눈돔(킨메다이)를 굉장히 맛있게 먹었는데 이걸 샤리랑 같이먹었으니 말 다했지 뭐.. 기름짐, 생선 감칠맛 뭐 다 최고였다.
7. 새끼참치
이날 베스트중의 하나였는데 이 피스를 내어주시면서 메지마구로라고 하셔서 그냥 그런가보다 했는데 사진을 보다보니 아무리봐도 사이즈 좋은 방어 뱃살같아서 기억이 맞나 싶긴하다. 뭐 아무튼 사진으로 보기에도 기름기 좔좔 흐르는 비주얼이 샤리랑 잘 어울렸고 위에 올라간 실파? 시소? 페이스트와도 잘 어울렸다. 너무 맛있었던 피스.
8. 참치등살
참치도 너무 맛있었는데 토로보다는 아까미가 좋았다. 식감도 약간 저항감 있는 젤리같은 텍스쳐에 산미가 아주 뚜렷하지는 않았지만 샤리의 초와 적당히 잘 어울렸다.
9. 참치 중뱃살
주토로인데도 색이 너무 빨갛고 기름도 부족해서 그냥저냥 먹었던 피스. 특별히 기억에 남는 맛은 아니었다. 그런데 글 쓰면서 든 생각인데 일본산 참치를 처음 먹어봤는데 맛이 참 깔끔하다는 느낌이었다. 주토로 중에서도 기름이 좀 없는 부위를 써서 그렇지 맛 자체는 굉장히 깔끔하고 기분나쁜 뒷맛 같은게 전혀 없어서 신기했다.
10. 전갱이
원래 굉장히 좋아하는 생선이어서 기대가 너무 컸는지 크게 인상깊지는 않았다. 칼집을 많이 넣어서 준비하시길래 청어인줄 알고 엄청 기대했는데 '아지 데스'..... 생선 사이즈 자체가 좀 작았는지 기름짐도 부족하고 감칠맛도 썩 좋지는 않았다. 무난했던 피스.
11. 쌀새우
언제먹어도 참 재미있는 네타. 뭐 뚜렷한 맛이 있지는 않지만 달큰한 맛이 샤리와 참 잘 어울린다. 이곳 샤리가 초가 튀는 스타일이 아니어서 이런 달큰한 네타들과 잘 어울려서 좋았다.
12. 보리새우
비싸다는 인식이 강해서 나오면 오! 하는데 막상 먹어보면 그냥 양식 흰다리 새우와 큰 차이를 못 느끼는 재료. 단 맛이 선명하고 새우 향 자체도 좋지만 그렇게 특별하지는 잘 모르겠다. 이날은 사이즈도 좀 작고(가격대가 그럴 수밖에 없었겠지만) 익힘도 좀 과해서 한참 씹어서 넘겨야했던 네타였다. 맛 자체는 괜찮았음.
13. 전어
개인적으로 불호인 또다른 네타. 최근에 신사동의 스시오마주에서 숙성을 좀 덜한 전어를 아주 맛있게 먹은 기억이 있는데 그것 보다는 좀 숙성이 많이 된 느낌이어서 쿰쿰한 맛이 꽤나 느껴졌다. 그치만 한국에서 먹었던 어느 전어보다도 맛있었던 피스(오마주 제외)
14. 가리비 관자
사이즈가 너무 좋아서 이거 키조개 관자 아닌가? 했는데 호타테라고 정확히 짚어주셨다. 단맛 좋고 특유의 꾸릿한 뒷맛 없어서 좋고 사이즈 좋고 너무 완벽했던 가리비 한 피스였다.
15. 미소장국
조개가 특이했는데 민물 조개인가 싶은 느낌이었다. 조개는 따로 발라먹지는 않고 국과 미츠바만 건져서 먹었다. 한국에서는 보통 시로미소(백미소)로 장국을 내는데 아까미소(적미소)인 것 같아서 이게 스시랑 어울리는건 맞나..? 싶었다.
16. 우니
화룡점정을 찍어버린 우니. 김 퀄리티도 너무 좋고 우니 브랜드는 한국에서도 먹어본적이 있는 우니인데도 괜히 일본에서 먹으니 더 맛있게 느껴졌던 피스. 깔끔한 우니 향이 좋았는데 전날 이자카야에서 먹은 우니가 더 맛있었음.
17. 붕장어
겉을 이렇게 바삭하게 구워놓은 붕장어를 스시로 먹기는 처음이었다. 장어소스도 달큰하니 좋고 푹신하고 따뜻하게 내어준 온도감도 좋았다. 끝나간다는 아쉬움만 빼면 다 좋았던..ㅠㅠ
18. 고등어 봉초밥
이날 가장 기억에 남았던 피스. 고등어 기름기가 너무 좋았고 백다시마를 위에 올려서 감칠맛을 완전 끝까지 끌어올렸고 오독오독한 식감까지 좋았다. 아쉬운점이 있다면 고등어가 충분히 맛있었는데 깨를 너무 많이 넣어서 깨맛이 너무 너무 많이 났다는거..ㅠㅠ 그래도 너무 맛있게 먹었던 한 점.
19. 교꾸
마무리로 디저트는 따로 없었고 달달 폭신한 교꾸로 마무리. 한국에서도 많이 먹어본 그 맛.
생맥주를 주문하면 산토리 마스터스 드림이라는 맥주를 기본으로 주는데 1,100엔으로 가격이 꽤 있는 편이니 둘째잔 부터는 병맥주로 주문하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 될 것 같다(생맥주가 꽤 비싸고 좋은 잔에 나오니 한 잔 정도는 마셔보길 추천). 니혼슈는 초록병이 가장 저렴한 것(1,210엔), 갈색병이 그 다음 저렴한 것(1,320엔)인데 초록병은 깔끔하게 떨어지는 맛이고 갈색병은 복합미가 조금 더 좋고 뒤에 단맛이 살짝 스치는 느낌이었는데 개인적으론 갈색병이 더 맛있었다.
도쿠리를 주문하면 이렇게 주물로된 도쿠리에 시원하게 서비스된다. 꽤나 맘에 들었던 포인트.
사실 위치도 모르고 타베로그 점수(3.57점/타베로그 기준으로는 중상위 클래스 정도 되는 점수)만 보고 예약을 했는데 꽤나 만족했던 식사였다. 다른 저가형 스시들도 먹어보고 싶었지만 시간이 충분하지 않아 이 한 곳의 스시만 먹어보고 돌아와야했다. 사실 이 정도 하는 스시야는 한국에도 많지만 어렵지 않게 예약할 수 있는 곳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충분히 매력적인 곳이었다. 샤리는 특별하지도 어느 곳 하나 부족하지도 않은 무난한 느낌이었지만 아무래도 일본이라는 특성상 재료의 퀄리티나 다양성이 더 있는 편이어서 재밌는 경험이었다. 다음 여행에는 조금 더 많이 먹어보고 와야지..ㅠㅠ
※끝내기 전에 한 가지 더 이야기하자면 타이쇼(셰프님)가 영어를 잘하거나 하진 않지만 사진찍는 것이나 영어로 문의하는데에 거부감을 느끼지는 않으시는 듯 했다. 왠만한건 다 일어로 하긴 했지만 일본 문화와 고급 오마카세 스시의 특성상 폐쇄적인 문화가 있어서 언어가 안되면 불쾌한 경험을 하는 경우가 꽤 있다고 들었는데 이곳에서는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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