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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16도] 우리 것으로 가득 채운 더없이 귀한 공간

가서 먹은것

by _dahmyam 2023. 3. 2.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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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식'에 꽂혀서 한식 컨셉 업장을 두루두루 다녀보고있는데 정말 '우리 것'이라는게 신기하고 재밌고 귀하고 어렵다. 언젠가 내가 업장을 오픈한다면 그곳에는 전통주와 와인이 있고 재밌게 풀어낸 한식으로 채워졌으면 하는 막연한 꿈이 있다. 그 꿈이 이루어져 최대치까지 달한다면 바로 이곳과 같은 느낌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삼일절을 맞이해서 한식으로 참 따뜻한 시간을 보냈던 독도16도.


 

서촌지나 효자동도 지나서 걸어 올라가다보면 찾기도 힘든 작은 업장이었다. 간판도 없고 통유리에 가게 이름을 써놓은 정도.

 

내부도 아주 아담하다. 한번에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은 8인 정도가 최대인데 작은 공간을 아주 알차게 꾸며놓으셨다. 한옥베이스로 되어있는 디테일도 너무 좋고.

 

집기류들도 너무 예쁘고 주방이 굉장히 좁은데도 음식의 완성도가 이럴수 있나 싶을 정도로 좋다.

 

메뉴는 세 가지 주안상이 나오는 코스 단일메뉴로 진행되고 주류의 경우 전통주 페어링 또는 병단위로 주문할 수 있다.

가격은 주안상 인당 125,000원, 전통주 페어링 65,000원(양 많은 페어링은 +10,000원)

 

음식 스타트.

 

1. 첫번째 주안상 : 콩밭과 구본일발효
구성 : 연두부와 모두부, 저온압착 생들기름 무침회, 3년 한식 간장과 제철회

페어링 : 해월 약주

 

우선 입맛을 돋우기 너무 좋았던 두부 두 가지. 고소한 맛이 너무 좋았고 간장 감칠맛이 지금까지 먹어본 간장 중 가장 맛있어서 따로 여쭤봐서 장바구니에 담아뒀다.

 

술과 곁들이기 좋았던 회무침. 흑점줄전갱이를 얇게 썰어서 무침형태로 내어주셨다. 들기름 향과 회 맛도 아주 깔끔해서 좋았다. 조금 아쉬웠던건 흑점줄전갱이는 아삭한 식감이 참 좋은 생선인데 너무 얇게 썰어낸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었다. 조금 두껍게 했다면 훨씬 맛있었을 것 같았다.

 

단새우도 사이즈가 너무 좋고 잡스러운 맛 하나 없이 찐득한 식감에 달큰한 맛까지 아주 좋았다.

 

2. 두 번째 주안상 : 산과 바다
구성 : 생선구이(지중해 농어, 병어, 갈치), 금태어전, 갑오징어 숙회, 도토리묵, 옥돔 구이

페어링 : 비노 페스티바

 

페어링 이야기를 먼저 하고 싶은데 국산 와인은 접할 기회가 많이 없어서 굉장히 반가웠고 맛도 좋았다. 복합미도 좋고 향도 처음 느껴보는 독특한 향이었는데 산미가 조금 있는 편이었지만 밸런스가 아주 좋은 와인이었다. 아쉬운 점은 산뜻한 화이트와인의 특성상 차라리 첫 번째 주안상의 날생선들과 훨씬 조화가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왼쪽부터 병어, 갈치, 지중해 농어

갈치와 농어가 정말 맛있었고 병어는 사이즈가 작고 아직 제철이 아니어서 살 맛이나 기름기가 많은 느낌은 아니었다. 역시 갈치가 최고.

 

갑오징어도 사이즈가 큰 편은 아니었지만 적절하게 잘 데쳐서 아주 쫀득한 식감이 좋았다. 금태를 전 형태로 먹어본 것은 처음이었는데 역시 너무 기름지고 부드러운 맛이 좋았다.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역시 금태는 탄수화물이 좀 곁들여 져야 맛이 극대화 되는 듯 하다.

 

너무 기름지거나 생선뉘앙스가 강하지 않도록 도토리묵을 같이 서브한게 너무 좋았는데 묵도 전문으로 하시는데에서 받아온다고 하셨는데 묵의 강점은 크게 느껴지지 않았지만 참나물과 함께 버무려낸 양념이 굉장히 좋았다.

 

메뉴판에는 없는 구성이었는데 옥돔을 내어주셨다. 비늘을 살려서 튀기듯 구워주셨는데 바삭한 식감이 아주 좋았다. 기름기 낭낭한 살 맛도 너무 좋고.

 

3. 세 번째 주안상 : 식사
구성 : 고등어 솥밥, 백합국

페어링 : 호랑호랑 약주

 

비주얼은 물론 맛도 폭발적이었던 고등어 솥밥. 고등어 사이즈가 굉장히 좋았고 야끼바에 잘 구워낸 고등어 익힘도 너무 좋았다. 섞어서 서브되는 시간이 조금 더 짧았다면 더 따뜻하게 먹을 수 있어서 좋았을 것 같았다. 그래도 밥 자체가 너무 잘 돼서 맛있었다. 쫀득한 식감이 살아있는 밥이었고 간도 너무 좋았다.

 

같이 곁들인 백합국. 조개 감칠맛이 미쳐있었고 간도 딱 좋았다. 아주 뜨겁게 서브돼서 온도감이 좋았고 밥과 함께 하기에 너무 좋은 조합이었다. 쌀알 표면이 반질반질한게 완전 예술.

 

4. 네 번째 주안상 : 계절과일과 한국술
구성 : 딸기, 샤인머스켓

페어링 : 쑥크레(쑥막걸리)

 

과일 후식으로 마무리. 마지막에는 술 한 잔이 포함돼있는데 이 날은 쑥 막걸리였다. 쑥향이 아주 은은하고 막걸리 자체가 달큰한 느낌이어서 후식으로 참 좋았다.


올해 서른이라는 젊은 셰프의 업장인데 한식과 전통주를 이렇게 높은 수준으로 이해해서 낸다는게 참 놀라웠다. 이 나이먹도록 나는 뭐한건가 싶기도 하고 ㅋㅋㅋ '독도16도'라는 업장 이름이 참 예쁜데 서촌 메인상권과 동떨어진 곳에 있어서 독도라는 이름을 썼다고 하고 봄, 가을의 선선하기도하고 포근하기도 한 그 날씨의 온도가 16도인데 이곳에서 만나는 한식과 전통주를 손님들이 그런 기분좋은 기억으로 가져갔으면 하는 마음에서 지은 이름이라고 한다. 삼일절에 만난 업장이어서 더 반가웠고 생선요리를 메인으로 하는 '한국술집'을 표방하는 곳인데 생선 특성상 계절감을 느끼기도 아주 좋을 것 같아서 돌아오는 가을에 한 번 쯤 더 방문해보고 싶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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