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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스퀴진] 여전히 잔잔한 감동을 주는 미슐랭 1스타 레스토랑

가서 먹은것

by _dahmyam 2023. 3. 8.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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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한 기회에 1스타를 받은 직후에 다녀오고 두번째 방문. 런치만 두 번째여서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런치도 워낙에 가기 힘든 곳이고 가격이 너무 저렴해서 만족스러웠다. 이노베이티브, 쉽게 얘기하면 퓨전을 장르적 정체성으로 잡고있는 곳들을 가면 식재료들의 배합이나 상상도 못했던 맛을 만나곤 하는데 그런 측면에서는 여러모로 적수가 없지 않나 싶었다.


여전히 그 곳에 조용하지만 존재감 뿜뿜하며 있는 익스퀴진.

 

테이블 세팅이 참 깔끔하다. 런치 메뉴는 4개 꼭지로 진행되는데 스낵이 세 가지가 나와서 제법 구성이 알차다.

 

이날 함께 곁들인 크룩. 이 정도의 고가 샴페인은 처음 마셔봤는데 복합미가 상당히 좋았고 왜 고급 샴페인을 그렇게들 찾는지 알게됐다. 익스퀴진은 모든 스탭들이 셰프로 이루어져 있어 홀에서 따로 와인을 핸들링해주지는 않는다. 콜키지는 4만원.

 

와인 오픈해놓고 나니 첫 음식이 나왔다.

 

1. 첫 번째 스낵(문어 타르트)

양식 파인다이닝에서 가장 좋아하는 식전 한입거리들이 먼저 나온다.익스퀴진 런치에는 3가지가 나오는데 전통적인 미국, 프랑스의 코스 형식으로 보면 아뮤즈부쉬, 오흐 되브흐가 함께 나오는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항상 참 맛있게 먹는 타르트 형식의 아뮤즈 부쉬. 문어가 메인이 되고 봄나물을 이용한 치미추리 소스를 곁들였다고 한다. 백후추를 별로 안 좋아하는데 백후추 향이 참 시원하게 나서 신기했던 코스였다. 문어를 아주 살짝 데친것 같았는데 부드럽긴 했는데 조금 오래 씹어야 해서 응? 싶었다. 하지만 불편한 느낌이라기 보다는 내가 자주쓰는 표현 '고기껌'을 씹으면서 와인 마시는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꼭 이야기하고 싶은게 이 타르틀렛인데 아주 바삭하고 특유의 고소한 감칠맛이 샴페인과 아주 잘 어울려서 이것만 여러개 먹고 싶은 정도였다.

 

2. 두 번째 스낵(크래커와 해산물)

다음은 해산물을 올린 크래커. 빵으로 크래커를 만들어 위에 아보카도 크림과 성게소, 나머지 재료가 또 있었는데 기억이..ㅠㅠ 성게소가 향이 강해서 다른 맛이 많이 도드라지지는 않았는데 개운한 해산물 감칠맛이 참 좋았다. 바삭한 크래커 식감도 아주 좋았다.

 

3. 세 번째 스낵(오징어먹물 광어튀김)

마지막 스낵은 익스퀴진의 시그니처 메뉴. 오징어먹물 생선 튀김. 이건 진짜 말 할 것도 없이 최고였다. 3년전의 그 감동이 그대로 느껴졌다. 튀김옷은 세상 바삭한데 입안에 들어가서는 아주 부드럽게 사라진다. 첫 입을 딱 베어물면 생선 육즙이 팍하고 흘러내리는데 그 쥬시함도 너무 좋고 생선익힘도 완벽.

 

화룡점정을 찍는건 함께 나오는 고추 아이올리 소스. 약간의 매콤한 맛이 혹시라도 지루할지 모를 마지막 한 조각까지 채워서 완벽한 한 피스가 된다.

 

2. 시트러스

여기서부터는 메뉴당 한 개의 플레이트씩 서브된다. 굉장히 독특했던 메뉴였는데 시트러스 계열의 과일들을 활용했다. 아래 깔려있는 국물은 감귤동치미고 내용물은 랍스터, 한치가 메인인데 레드향으로 포인트를 준 느낌이었다. 전반적으로 상큼한 느낌이 강한데 감귤동치미도 정말 그 '동치미'가 가지고있는 감칠맛과 산미가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내용물을 보여드리려다보니...

갑각류(랍스터)의 풍미가 참 좋았고 한치도 쫄깃하게 식감을 받쳐주는 느낌이었다. 이게 또 너무 가벼워 질 수 있는 점을 리코타치즈?가 무게감을 잡아주어서 어디하나 빠지는 맛 없이 밸런스가 굉장히 좋은 느낌이었다.

 

3. 생선
언제 먹어도 맛있는 금태가 나왔다. 금태도 그냥 금태가 아님. 여러가지 채소를 곁들여서 냈는데 방울양배추를 구워서 내고 다른 채소들은 잘 기억이 안 나는데 밤이 들어가 있었던걸로 기억한다. 밤이 기름진 금태와 잘 어울리는 느낌이었고 의외의 식감을 내서 재밌는 요소였다. 여기에 곁들인 국물은 오미자 콩소메. 새콤한 느낌이 참 좋았다. 누군가 기억이 나지 않는 미식가가 이르길, 좋은 식당이라면 신맛을 잘 써야한다는데 그런 기준이라면 익스퀴진은 완벽에 가까운 곳이 아닐까.

 

4. 돼지고기
런치라 코스가 좀 짧았는데 벌써 메인이 나왔다. 제주산 돼지 목살을 쓰셨다고 한다. 바비큐 형태로 익혔다고 하셨는데 조리법의 강점이 잘 드러나는 느낌은 아니었다. 다만 적당히 부드럽게 잘 익어있어서 핑크빛 속살이 참 예뻤고 부드럽고 육즙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다만 아쉬운점은 목살 특유의 근막이 질겅질겅 씹히는 부분이 있었다는 것. 맛에 있어서는 마늘 베이스의 소스와 견과류가 곁들여진 고기의 조화가 참 좋았다.

 

5. 디저트
집기류까지 차게 온도조절해서 내어주시는 섬세한 서비스까지 완벽했던 디저트.  커피로 만든 판나코타 위에 아몬드 아이스크림을 올려주셨다. 물론 메인으로 올려주신 아이스크림, 판나코타 흠잡을데 없이 완벽한 디저트였지만 개인적으로 킥은 아래 숨겨진 피칸이었다. 달콤하고 아주 고소하고 겉을 시럽같은 것으로 글레이즈한 것 같은 바삭한 식감이 굉장히 좋았다.

 

6. 차
마지막에는 차로 마무리 해주신다. 아마 커피를 선택할 수도 있었던 것 같다. 작두콩차를 요청했는데 슴슴하고 고소한 맛이 좋았다. 마지막까지 너무 맛있었던 디저트였는데 바닐라슈 껍질 부분(퍼프)이 굉장히 바삭한데 얇았고 바닐라빈이 눈에 보일정도로 많이 들어가있어서 향이 참 좋았다. 옆의 하얀색은 한라봉이 들어간 봉봉. 화이트 초콜릿을 입안에서 깨트리면 한라봉으로 만든 필링이 터져나온다. 상큼하고 마무리로 최고.


오랜만에 다녀왔지만 꾸준한 폼을 유지하면서 여전한 감동을 선사하는 곳이었다. 3년전 다녀왔을 때와 비교하면 익스퀴진은 여전한데 내가 참 많이 바뀌었다. 요식업 창업을 꿈꾸면서 나름 열심히 먹으러는 다니고 있는데 이렇게 매력적인 다이닝을 가끔 경험하게되면 식재료들의 이해도가 한 번씩 쑥쑦 올라가는 것을 느낀다. 그러면서도 아득히 보이지도 않는 경지에서 꾸준히 정진하고 계신 셰프님들과의 차이에 압도되는 느낌도 받고.. 여러모로 즐겁고 배울게 많은 식사였는데 여운도 길게 남아서 한동안은 잊히지 않을 것 같다.

 

여분사진 투척, 스탭분들이 전부 셰프님이셔서 직접 음식 세팅하시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공간이 넓지는 않지만 테이블 간격을 아주 넉넉하게 하셔서 아주 쾌적해요.

 

2.5만원을 추가하면 메인을 한우로 변경할 수 있는데 일행의 플레이트를 찍어봤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돼지고기가 그닥 인상깊진 않았어서 변경하시는 것도 괜찮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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